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전문인의 책임과 의무

2008-02-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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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충격적인 사실이 얼마 전 드러났었다. 자산규모 세계 1위로 알려진 AIG 보험회사가 서브프라임 손실규모를 실제보다 4분의1이나 축소 보고한 것으로, 실제 손실액수가 49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AIG는 주가하락을 염려해 사실대로 금융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는데, 월가는 사실 보고를 하지 않은 금융업체가 다수일 것이라는 추축으로 뒤숭숭하다고 한다.
이같이 기업윤리가 이익추구라는 최대 목표 앞에 유명무실해져 버리는 경우는 수 년 전 모든 이들을 경악케 했던 엔론사의 회계부정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윤리나 산업윤리가 이익 극대화라는 명제 앞에 무릎 꿇은 지가 옛날이라 별로 새롭지도 않겠지만, 세계 최대 회계법인중 하나인 아더 앤더슨이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전문직, 더구나 무엇보다도 숫자로 진실을 말하는 회계 전문법인이 엔론과 공모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전문인이 직업윤리를 저버리는 것은 그 사회와 공공에 대한 책임을 버리고, 결국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전문인의 직업윤리는 정의와 계율, 질서의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지금의 ‘정의’라는 영어단어 ‘Justice’는 로마시대의 ‘유스티치아’(Justitia)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그리스 시대의 정의의 개념에 ‘형평성’을 더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정의의 여신상 유스티치아는 대개 한 손에 칼,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거나,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전문인의 윤리의식은 좋은 인성교육에서 출발하겠지만 그 인성을 바탕으로 능력과 책임이 동반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전문직은 오랜 기간의 교육과정을 거친 지적기술을 가진 자들이 광범위한 자율권을 가지고 판단, 행동하여 중상류층의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동시에 고도의 기술과 지식을 사회에 유용하게 써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계층이라 하겠다. 이들의 업무수행은 국가부서의 압력이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대신 직업단체가 직업윤리와 행동강령을 자율적으로 제정, 규제하므로 자신들의 행동을 스스로 책임지는 직업인이다. 이들의 직업윤리가 중요한 이유는 그 ‘전문성’과 ‘독점성’ 때문인데 전문성은 일반인들이 특정 전문인의 지식과 기술의 내용을 알 수 없어서, 만약 전문인이 속이려고 한다면 일반인들은 속수무책이며, 독점성은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만의 공동체 형성으로 높은 수수료나 대가를 요구하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문직의 직업윤리는 사회적으로 높은 기대치에 부응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그들의 기술과 지식이 비윤리적으로 사용되었을 때의 악영향과 사회적 파동도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들 전문인 본인들은 그 자신의 행동이 알고도 행하는 비윤리적 행동으로 패턴화 되어 도덕적 무감각에 빠져 있지나 않은지 점검해 주기를 바란다.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도 없고, 항상 유혹에 빠지기 쉬운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유혹과 싸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바르게 살고자 하는 전문인의 몸부림인 것이다.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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