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과 이국에서‘전통의 맛’ 설날 정취 되살아나네

2008-02-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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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서양과자와 케익, 파이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한과.
그러나 최근 유행하는 웰빙 풍토와 함께 한국 드라마계에 이른바 ‘사극 열풍’이 불면서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취급받았던 전통 음식과 한과, 차 문화 등이 새로운 트렌드이자 웰빙 음식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장금이가 선보였던 궁중요리에 이어 임금이나 궁중 여인네들이 차와 함께 즐기던‘다과상’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다과상이란 주로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먹는 한과로 차려진 상인데, 다과상에 올라가는 유밀과와 다식, 정과, 과편, 엿강정 등을 통틀어‘한과’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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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가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 받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고정관념을 깬 세련되고 앙증맞은 모양과 새로운 맛의 한과들은 신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주 원료가 쌀과 꿀, 곡식, 과일 등인 한과는 설탕이나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케익이나 과자에 비해 몸에 좋고, 단순히 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모양이 아름답고 특별한 맛이 있으며 제조과정에도 많은 정성과 섬세한 솜씨를 필요로 한다. 한과에는 또한‘약식동원’의 개념이 담겨 있다. 약식동원이란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동일하다’라는 뜻으로 즉 먹는 것이 바르지 못하면 병이 생기고, 병이 생겨도 식을 바르게 하면 병이 낫는다는 의미다. 작은 음식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바른 자세로 정성을 다했던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느껴지는 것이다.
내일은 한국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다. 미국에서야 설을 기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겠다. 그러나 지금도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 어머니는 떡과 한과 등으로 정성스럽게 준비한 ‘이바지’음식을 만들어 고급스러운 보자기에 담아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습이 남아있지 않은가.
무자년 설에는 가족과 함께 한과를 나눠 보는 것이 어떨까. 시원한 식혜 혹은 따뜻한 녹차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입맛대로 선호하는 한과를 조금 넉넉하게 구입해 평소 소홀했던 주변 친지들에게도 나눠주자. 이국 땅에서 맞이하는 민족 고유 명절의 정겨움이 더욱 풍성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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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고 맛있는 한과’신세대에도 인기

■LA 한인타운과 한과

한과가 돌잔치, 차례, 제사, 환갑잔치 등 각종 전통의례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시대 유물쯤으로 취급받으며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 받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LA 한인타운 떡집들도 새로운 한과들을 속속들이 출시, 세련되고 앙증맞은 모양과 새로운 맛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통 한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신세대 퓨전 한과는 세련된 디자인의 케이스에 담겨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리아타운 갤러리아의 ‘호원당’은 설날을 맞아 여러 종류의 한과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보통 추석이나 설 등 명절 때는 떡이나 한과의 매상이 3~4배로 뛰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일날 몰리는 막판 손님들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한과를 준비하는 것이다. 호원당은 55년 전통의 손맛이 묻어나는 매작과와 강정 등 총 25가지 종류의 다양한 한과를 판매하는데, 세련되고 깔끔한 개별포장으로 한 번에 먹기 좋은 사이즈로 판매한다.
퓨전 떡집 전문인 ‘시루당’도 크고 뭉툭하고 손에 달라붙어 끈적끈적해 먹기 불편한 전통 한과의 단점을 보완, 예쁘고 아기자기한 한과를 한 번에 먹기 좋은 사이즈로 포장 판매해 중년세대는 물론 젊은 세대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호원당의 수잔 홍씨는 “한과는 설탕과 버터, 밀가루가 주원료인 빵에 비해 몸에 좋은 쌀과 꿀, 과일 등 천연재료가 듬뿍 들어가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은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며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하니 안심하고 드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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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원료가 쌀과 꿀, 과일 등인 한과는 설탕이나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케익이나 과자에 비해 몸에 좋고, 제조과정에도 많은 정성과 섬세한 솜씨를 필요로 한다.

강정 약과 다식… 고향생각 절로

■한과의 종류
▲강정류
강정은 고려 시대부터 널리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예부터 신부집에서는 혼인을 치르고 돌아가는 신랑측 손님들에게 강정을 대로 엮은 동구리에 담아 보냈다. 찹쌀가루를 술과 미지근한 물로 반죽해 익힌 것을 말려 기름에 튀긴 뒤 꿀과 고물을 묻혀 만든다. 튀밥, 깨, 나락 튀긴 것, 잣가루, 개피가루 등이 주로 사용하는 고물이다. 네모난 것은 산자, 튀밥을 고물로 묻히면 튀밥산자나 튀밥 강정이라 하고 밥풀을 부셔 고운 가루로 만들어 묻히면 세반산자 혹은 세반강정이라 부른다.

▲유밀과류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며 기름과 꿀을 부재료로 반죽해 기름에 튀겨낸 뒤 꿀에 재어 만든 과자. 고려시대에는 나라 안의 꿀과 참기름이 동이 나 곡물과 꿀, 기름 등의 물가가 오르고 민생고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여 유밀과 사용 금지령을 내렸을 정도로 성행했다고 한다. 유밀과 중 최고로 알려진 것은 약과로 고려 왕조시대부터 최고의 과자로 친다. 이 밖에도 만두과와 매작과, 다식과 타래과, 연사 등이 있다.


▲(숙)실과류
과일을 그대로 날로 쓰지 않고 익혀 만든 한과. 밤과 대추를 제 모양 그대로 꿀에 넣어 조린 밤초와 대추초가 있고 또한 실과를 삶거나 쪄서 으깬 것을 다시 꿀로 반죽해 제 모양으로 빚어 만든 율란, 조란, 생란 등이 있다. 곶감이나 쌈도 숙실과에 속한다.

▲과편류
과일을 이용해 풀을 쑨 뒤 묵을 만드는 방법으로 만든 한과. 서양의 젤리와 비슷한 맛이다. 주로 신 맛이 나는 과일을 사용하며 살구와 모과, 앵두 등의 과육을 꿀에 넣어 졸인 뒤 묵처럼 굳혀 네모나게 썰어 만든다. 주로 과육이 부드럽고 맛이 시어야 하며 빛깔이 고와야 하는데 사과나 배, 복숭아는 빛깔이 변하므로 쓰지 않는다.

▲다식류
검은 깨와 볶은 콩, 찹쌀, 송화, 녹두, 밤, 녹말 등을 가루 내어 조청이나 꿀로 반죽한 뒤 다식 모양 틀에 박아 문양을 새겨 만든다. 다식 문양은 꽃무늬, 수레바퀴, 완자무늬에서부터 시작해 ‘수, 복, 강, 령’등 인간의 복을 비는 글귀까지 조각의 모양새가 다양하며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정과류
연근이나 생강, 도라지, 모과, 등 식물의 뿌리나 열매를 꿀 혹은 물 엿으로 쫄깃쫄깃하고 달착지근하게 조린 것으로 전과라고도 불린다. 고려시대 때부터 널리 퍼진 한과로 다과상은 물론 각종 제사상에 올라가며 전통 과자의 으뜸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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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 어머니는 떡과 한과 등으로 정성스럽게 준비한 ‘이바지’음식을 만들어 고급스러운 보자기에 담아 시댁에 선물해 왔다.

조선시대 문헌에 255종류로 기록

■한과의 유래
한과의 주재료는 곡물과 꿀, 기름이다.
한국 역사상 이 세 가지가 갖춰져 있던 시기는 삼국시대이지만 이 재료들을 응용해 한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삼국통일 이후로 추정된다.
특히 한과는 차에 곁들이는 음식으로 만들어졌는데, 통일신라시대에 불교가 융성했기 때문에 채소음식과 곡류를 재료로 만든 한과류가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적 풍습에 따라 다과상과 진다례, 다정모임 등의 의례행사가 형성되면서 한과류도 급진적으로 발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한과류는‘엿’종류로, 고려시대에는 제례, 혼례, 연회 등에 반드시 오르는 음식이 됐다. 이후 조선시대 임금이 받는 어상 및 각종 궁중 잔칫상, 통과의례 및 다과상 차림이 발전하면서 한과도 급진적인 발전을 이뤘다. 특히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왕실을 중심으로 한 상차림이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된 한과류는 총 255종류로 매우 다양했다.
한편 한과류 중 강정은 민가에서도 유행을 해 정월 초하룻날 즐겨 먹었으며, 약과와 다식 등의 유밀과와 강정류는 경사스러운 날의 잔칫상 차림에 올리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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