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 편안함과 불편함

2008-02-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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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속성 가운데 편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농사일의 역사를 보면 사람이 편한 쪽으로 농기구들이 변해 왔음을 알게 됩니다.
사람이 사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심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온 생활을 다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생활이 집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사는 지형과 바람의 흐름 그리고 물의 흐름에 따라 거기에 맞는 집이 지어졌으나 지금은 편리한 형태로 집의 모양이 결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화장실과 부엌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집 재료도 자연에서 가져오지 않고 사람이 만들어낸 고정된 형태를 사용합니다.
도로가 만들어지는 것도 지형의 흐름을 타는 것이 아니라 편리함을 바탕에 두고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먹는 부분으로 들어가면, 편리함의 극에 다다른 모습입니다. 땅과 하늘의 생명의 결정체를 정성껏 지어서 먹던 예전의 모습은 이제 거의 사라져가는 추세이고, 어떤 곡식으로 만든 음식인지도 모르고 그냥 사서 먹습니다. 그저 편하게 먹는 것이 자연스러움이 된 것입니다.
사람관계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닌데,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것이 요즈음 사람관계의 모습입니다.
부부가 같이 수십 년을 살아도, 서로가 다 알 수가 없고, 늦게서야 상대에게서 보석같이 귀한 걸 발견하기도 하는데, 내가 지금 당장 싫으면 다시는 안 보겠다는 것은, 나 혼자 내 뜻대로 이 세상 살아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편리함은 어느 부분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그러나 편리함은 시작과 결과만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어떤 목적지를 향해 걸어다닐 때, 그 사람은 가면서 숱한 것들과 만나게 됩니다. 나무와도 만나고, 풀과 나비와 벌들, 그리고 가는 길 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것들을 만나게 되는 거지요.
그것을 차를 타면 편하게 금방 가겠지만 차를 타면 나는 그저 고정되어 있을 뿐입니다.
걸어가면서 온갖 살아있는 것들과의 만남도 없을뿐더러 걸어간 시간만큼의 과정도 생략이 되는 것입니다. 걷는 것이 불편하더라도 걸으면 그만큼 몸이 움직이게 되어서 건강에도 좋겠지요.
몸이 아플 때도 그렇습니다.
약과 병원에 거의 의존하게 됩니다. 약을 먹으면 쉽게 낳기야 하겠지만 아픔의 과정이나, 온몸이 아픈 곳을 치유하는 과정도 생략되는 것입니다. 물론 과도하게 아프면 약과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요.
어쩌면 편한 것이 불편한 것보다 생명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평소에 좀 불편하면 그 불편한 만큼 얻어지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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