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승욱이 이야기

2008-02-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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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기-승욱이 이야기

김민아

그분의 목소리

승욱이의 두 번째 영상 편집을 거의 마친 상태다. 두달 동안 60분짜리 테입 15개를 찍었다. 총 900분의 필름 양을 10분으로 요약하는 작업을 해준 자매님이 너무 대단해 보인다. 찍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편집 작업인 것을 처음 알았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잡아서 가편집을 한 후에 내가 글을 써서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일을 했다. 몇 번의 수정을 거쳐 가편집된 필름에 배경음악과 나레이션만 삽입하면 완성이 되는 것이다. 에고… 이 어려운 일을 내가 왜 한다고 했던가.
배경음악을 주제에 맞게 선별하느라 저녁시간 내내 CD를 듣고 또 듣고 있었다. 대충 음악도 다 정해졌는데 나레이션은 누가하지? 목소리 좋은 주변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떠 올렸다.‘그분은 사투리를 써서 힘들고, 그분은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그분은 목소리가 너무 약하고. 그럼, 난? 내 목소리는 뚝배기 깨지는 소리 같아서 안되고… 감정이 안 살잖아~~’
고민 끝에 승욱이 영상과 제일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지신한 분을 찾았다. 무조건 전화기를 들고 “승욱이 엄마인데요, 어려운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어요. 당연히 들어주실 것을 믿고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거기다 확인차 이메일을 다시 보냈다. ‘승욱이 영상과 세상에서 제일 맞는 목소리를 가지신 딱 한분. 누구일까요? 목소리의 주인공을 기대하시라.’
그 이름도 유명한 ‘홈스위트 홈’ 진행자이신 ‘노형건’씨다. 나의 기습전화에 그저 허허허… 웃기만 하신다. 승욱이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나보다 더 기뻐하시는 분 중에 한 분이 노형건씨다.(단장님, 버릇없이 ‘씨’자를 붙여서 죄송합니다.) 2년반 전, 남가주 밀알의 밤에 승욱이가 출연을 하면서 노형건씨를 처음 만났다.
라디오 진행에 합창단 지휘에 월드비전 사역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도 나의 부탁에 거절하지 않고 웃으며 “최소 녹음하기 일주일 전에 전화주세요.”라고 답해주시니 너무 고마워서 “정말 죄송한데요. 미리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뭐든 말해 보세요.” “아시다시피 이번 영상작업이 너무 영세하게 제작을 하는 바람에 나레이션을 부탁해도 사례비는 못 드릴 것 같아요.” 갑자기 버럭 “승욱이 엄마, 이번에 나 보고 앞으로 안 볼꺼야? 안 볼 거면 사례비 주고, 계속 볼 거면 사례비 주지 마” “당연히 계속 쭉 보죠. 쭈욱~~”
녹음하는 날, 전날 북가주를 다녀온 뒤라 한 시간 밖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런데 목소리는?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영상을 보면서 직접 감정을 잡고 녹음을 하며 수정할 부분도 직접 수정을 해주고, 직접 녹음실까지 빌려주며(이게 웬 호강이람?) 가편집 영상을 보면서 녹음을 하고 있었다. 난 ‘노형건’씨의 목소리에 감탄을 하고 그분은 승욱이 영상에 감동을 받고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가지셨지?” “승욱이 참 많이 컸네. 참 잘 자랐어. 어구 녀석… 그동안 엄마가 많이 고생했네… ”
녹음을 마쳤다.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또다시 “승욱이 엄마, 나 이번만 볼 거야? 앞으로 영원히 볼 건데 밥 한끼 같이 안 먹는다고 해서 뭐” 아. 이거구나. 이것이 ‘노형건’씨만의 큰 배울 점이구나.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와 겸손함 거기다 불편함을 갖게 하지 않는것. 왜 난 그것이 없지? 그분의 목소리만 탁월한 줄 알았는데 마음씨와 생각도 정말 탁월하시구나.
그분의 목소리만 살짝 빌리려 했는데 그만 넓은 마음과 귀한 배려심까지 빌렸으니 이걸 어찌 다 갚지? “걱정 마세요, 단장님. 앞으로 쭈욱 볼 사이니까 언젠가는 갚을 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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