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 소신과 비전을 선택하자

2008-01-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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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당원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첫 여성 대통령을 만들 것인가? 혹은 첫 흑인 대통령을 만들 것인가를 가지고.
오프라 윈프리가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는 바람에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마치 유권자가 여성과 흑인만이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미국 인구 3억 중에서 소수에 불과한아시안들의 이야기는 들을 수도 없다.
세계는 바야흐로 여성의 정권 수반을 기정사실화하고 더 이상 새로운 소식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남아메리카에서도 칠레, 아르헨티나에 이어 파라과이에서조차 대통령 후보로 여성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미국이 그 뒤를 이을 것인지, 1년 뒤 취임식에 누가 성경에 손을 얹을는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이 되든지 흑인이 되든지 미국엔 새 역사의 장이 열리게 된다. 변혁과 변화를 기대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하는 민주당원들은 어떤 잣대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이에 필자는 세습정치와 기득권, 성장환경, 그리고 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을 들고 스코어 카드를 살펴보려 한다. 권력이 세습은 아니더라도 부부에게 교대로 돌아간다면? 실제로 아르헨티나에서 현직 대통령이 그 자리를 배우자에게 양도하여 그의 아내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는 마치 황후가 황제가 되는 격인데 그게 과연 바람직할 지는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느껴진다.
부시 패밀리도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당선이 되었고 또 그 동생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지만 기득세력만 더욱 강건해진다면 변화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워싱턴의 기존 로비스트들과 기성 정치세력에 빚이 적은 새 정치인이 이제껏 워싱턴을 지배해 왔던 현상(status quo)을 바꾸어볼 수는 없는 것인지. 물론 워싱턴 인사이더가 아니었던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크게 달라지거나 꼭 성공적 정책을 끌어내는 것은 아니기도 하지만 말이다.
성장환경은 어떨까? 중산층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별 어려움 없이 결혼하여 대통령 부인까지, 그리고 그 후광으로 상원의원이 된 사람과, 아버지 없이 두 살부터 홀어머니와 조부모 밑에서 자라 충분히 상상이 되는 어려움을 겪고 상원의원이 된 이들 간의 차이는 없을까?
물론 어렵게 성장과정을 거쳤더라도 어른이 되어 부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사람이 바뀔 수도 있다. 살아온 환경이 꼭 일생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야말로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 줄을 꿈에도 경험치 못한 사람이 홈리스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빈곤한 이들의 고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가 가난 구제만으로 해결 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아주 평범한 이들의 고통을 헤아릴 줄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입후보자들의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지난 과거의 행적을 무시 할 수 없는 것이다. 해서 번번이 이야기를 바꾸어가며 적절한 타협과 조정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만을 내세우기 바쁜 자와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해서 임시방편으로 얼렁뚱땅 넘어가기보다는 비난과 비평을 받더라도 소신껏 의견을 피력하는 자 중에서 과연 어느 쪽이 선택되어져야 할 것인가가 중요치 않겠는가.
결과적으로는 “누가 더 열정을 가지고, 세계를 몇 십 년 앞으로 내다보며 그곳에 미국이라는 수퍼파워를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는 비전의 소유자인가”가 이 해답의 열쇠일 것이다.
공화당의 패배를 미리 선언하지는 않겠지만 민주당원들이 미국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적잖이 부러움을 느낀다. 꼭 투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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