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에 찾아 온 스토리코어

2008-01-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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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이야기를 역사로

트레일러 안에 설치된 작은 녹음실에서 일반인들이 나누는 대화를 녹음하여 역사의 일부로 기록하고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연초부터 로스앤젤레스를 찾아왔다. 국회 도서관 산하 미국 민중생활연구소(American Folklife Center) 주관으로 실시되고 있는 ‘이야기로 전해지는 역사기획 스토리코어’(Oral History Project StoryCorps)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모아 보존함으로써 민중 역사를 기록하는 프로젝트. 처음 목표는 10년간 25만명의 이야기를 녹음하는 것이었지만, 그동안 46개 주 100여개 도시와 타운을 방문하여 1만5,000명 인터뷰(총 참가인원은 3만명)를 모으면서 매일 새롭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더해짐에 따라 영구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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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안에 작은 녹음실 설치
평범한 사람들의 감동적 삶 소개

최초의 스토리코어 센터는 2003년 10월,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앞에 문을 연 작은 부스였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참가신청이 쇄도함에 따라 다음해 월드 트레이드 센터 앞에 두번째 부스가 설치되었고, 2005년 5월 두 개의 에어스트림 트레일러(airstream trailer)가 순회를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본격적인 활동이 전개되었다.
스토리 부스가 설치되는 곳은 주로 도서관, 박물관, 샤핑센터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인데, 이외에도 인디언 보호지역, 교도소 등 의외의 장소도 방문하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수집해 왔다.
두 사람이 한 쌍으로 참가하여 특정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는 형식인데, 이 때 한 사람은 인터뷰 질문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이 답변하거나, 서로 돌아가면서 질의응답처럼 이끌어갈 수도 있다. 인터뷰 경험이 없는 일반인 대상인만큼 주최측인 스토리코어에서 중개인 역할의 자원봉사자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를 참석시켜 이야기의 흐름과 맥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끌도록 도와준다.
연령이나 다른 제한이 전혀 없어서, 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 친구, 동료 등 친밀한 대화를 나눌만한 사이면 어떤 관계라도 함께 참가할 수 있다.
스토리코어를 통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면, 먼저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대상이나, 상대의 이야기를 자신이 듣고 싶은 사람을 정해 시간을 예약하고 이야기할 주제를 생각한다. 이때 스토리코어 웹사이트(www.storycorps.net)에서 준비과정(What to expect) 및 질문 내용 만들기(Great questions list) 페이지를 찾아 사전 지식을 얻고 인터뷰 질문을 미리 적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
정해진 날 두 사람이 함께 트레일러에 들어서면 중개인이 전반적인 녹음 과정을 설명해 준 뒤, 마이크 두개가 놓인 작은 테이블에 마주앉아 40분간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구체적인 진행 스타일은 참가자들이 마음대로 정해서 할 수 있는데, 중간에 말이 끊기거나 주제에서 동떨어진 이야기로 흘러가면, 중개인이 나서서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션이 끝나면 사진촬영에 이어 방송 수준으로 녹음된 CD를 받게 된다. 사진과 CD 복사본은 국회도서관으로 보내지며, 본인들이 승낙할 경우, 녹음 내용의 일부가 라디오 방송에 소개될 수 있다.
스토리코어는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NPR(National Public Radio)과 연계되어 있어서, ‘모닝 에디션’(Morning Edition)이나 ‘뉴스 앤드 노우츠’(News and Notes) 시간에 스토리코어에서 녹음된 일반인들의 사연과 이야기가 소개되어 왔다.
또한 전국 투어 때는 트레일러 부스가 찾아가는 지역의 라디오 방송국과 협력하여 지역 방송에서 이야기를 내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든 방송은 스토리코어 참가자들의 승인이 필요하며, 전체 내용이 아니라 방송국에서 결정하여 편집한 일부만 소개된다.

5년전 뉴욕서 개설… 인기 높아 전국 순회
연령 등 제한없이 두사람간 질의응답 엮어

날마다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 듣는 재미
지난 10일부터 2월1일까지 맥아더팍에 설치、비용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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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코어의 모빌 부스 안에 마련된 인터뷰실에서 노부부가 대화를 녹음하기에 앞서 준비하고 있다. 왼쪽은 인터뷰의 부드러운 진행을 도와주는 중개인.

LA 스토리코어 모빌부스
스토리코어 모빌부스는 1월10일부터 2월1일까지 맥아더팍 레크리에이션 센터(2230 W. 6th St. LA)에 설치되며, 예약은 웹사이트나 전화 (800)850-4406으로 하면 된다. 예약이 되지 않더라도 이름을 올려놓으면 취소하는 사람 대신 시간을 받을 수 있다.
비용은 무료지만, 후원금을 낼 수 있는데, 권장 액수는 10달러. 휠체어도 입장이 가능하다.
스토리코어 부스를 개인이 직접 찾아가는 이외에 그룹이나 커뮤니티에서 세션을 원한다면 참가자들이 비용을 부담하여 ‘도어 투 도어 레코딩’(Door-to-Door Recording Days)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 커플당 40분씩 하루에 총 여섯 커플까지 참가할 수 있는데, 참가 인원이 많으면 며칠에 걸려 녹음을 완성할 수 있다.
진행 방법은 두 명의 스토리코어 중개인이 휴대용 오디오 기기를 들고 약속 장소로 찾아와서 일반 녹음 때와 같은 형식으로 녹음을 한다. 참가자들은 조용하고 방해요소가 없는 장소를 마련하여, 하루 12명씩 약속시간에 대기하여 미리 정해 놓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그룹 도어 투 도어 서비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으며, 비용 및 예약과 문의는 (646)723-7020 x29(Michael Brigham)로 하면 된다.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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