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고마움을 느낍시다

2008-01-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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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는 말은 ‘맏잇맏’이라는 말에서 왔습니다. ‘맏’이라는 말은 ‘처음’을 나타내는 말로, 첫아이’를 ‘맏이’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마지막’이라는 말은, ‘처음을 잇는 처음’이라는 말로 새 출발이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끝이 없는 우주 순환의 탄생과 소멸의 반복적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출발이라는 신선함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나무가 위로 쭉 뻗어 올라갈 수 있는 것은 매듭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듭이 없으면 쉽게 쓰러지거나 부러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매듭은 다음 단계의 시작을 더욱 견고하게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무도 겨울동안에 나이테를 만들면서 새로운 봄을 준비합니다. 지난 한해를 갈무리하면서 많은 아쉬움과 후회도 있겠지만 나무가 나이테를 갈무리하듯 지난 한해를 고마움으로 갈무리해 보았습니다.
먼저 두레마을에서 각종 채소와 나무의 열매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의 입을 즐겁게도 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결실들이 있기까지 수고한 손길들뿐만 아니라 뿌리들을 잘 받아준 땅과,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따사로운 빛을 준 태양에게 고마움을 느껴 봅니다.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는 듯 바람은 채소와 나무들을 움직이게 하면서 한층 힘차게 자라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지하 300피트에서 올라온 신선한 물들은 뿌리를 통해 뜨거운 여름날 식물들의 갈증을 풀어주었을 뿐 아니라 식물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그리고 결실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모두가 고마운 인생의 동반자들입니다.
작년 한해 두레마을에는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혹은 단기적으로 방문했습니다.
이들 모두는 하나님께서 두레마을에 선물로 보내주신 천사들입니다. 캐릭터가 다양한 만큼 살아온 인생경로나 생각이 서로 다르고 그 다름으로 인해 서로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그로인해 서로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화가 날 때는 다 이유가 있겠지만 이해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대부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대서 그렇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내 뜻이 커지고 강하면 강할수록 그만큼 내 자신이 힘들어지는 인생을 산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나의 스승이 되는 셈입니다. 반면에 내 뜻은 줄어들고 하늘의 뜻이 서로의 관계에서 커지면 행복은 그만큼 커지고 우리 사이에서 하늘나라가 확장됨을 느끼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고마움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인생의 과정이 다 그렇듯이 사계절이 한해를 풍요롭게 하듯이 좋고 나쁨의 어우러짐 속에서 우리는 자랄 수 있게 되었음을 고맙게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실패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상실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광야와도 같은 상태일 것입니다. 이때에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면서 모든 생명의 주인이신 그분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나의 길을 그 분에게 맡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함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고맙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는 지혜만 있다면 고마움이 도처에 널려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고마움이 새해에도 계속 이어지길 소망해 봅니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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