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2007년이 저물어갑니다

2007-12-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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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승욱이 엄마입니다. 2007년이 3일도 채 남지 않았네요.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2007년도가 어떠셨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2007년 새해가 밝아올 때의 계획과 다짐 그리고 각오는 다 어디로 가고 후회와 아쉬움만이 저의 발목을 잡습니다. 한국일보에 ‘승욱이 이야기’가 연재된 지 햇수로 네번째를 맞이하게 됩니다. 손꼽아 연재된 글을 세어보니 130여편의 글이 독자분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열심히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글을 올릴 때 승욱이가 여섯 살이었고 지금은 여덟 살 반이 되었습니다. 다들 승욱이가 궁금하실 것 같아요.
지난해 시각장애 초등학교로 옮겨서 지금은 2학년이고, 와우이식을 통해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한국말과 영어를 제법 알아듣고 있고 아직 말을 못하기 때문에 자기 의사표시는 수화로 합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수화를 하는 것은 아니고 짧은 의사소통은 가능합니다. 특히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노래를 불러주면 율동도 하고 박자도 맞추고 좋아하는 노래를 선택도 합니다.
그리고 기숙사 생활은 너무 적응도 잘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알기 때문에 토요일 아침은 엄마가 데리러 가는 줄도 알고, 일요일 저녁은 기숙사로 돌아가는 지도 압니다. 집에서의 생활과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다 알기에 집에서는 응석받이이고 기숙사에선 모범학생으로 돌변합니다. 누굴 닮았는지 눈치가 100단이랍니다.
참, 글로 쓰니 승욱이가 마치 천재소년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되는데요. 이만큼 오기까지의 과정을 글을 통해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쉽지 않은 길을 온 겁니다. 승욱이 같은 3중장애(시각, 청각, 언어)인 경우는 대부분 자폐가 함께 오기 때문에 좀 더 늦게 와우이식을 했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없었을 겁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장애엄마는 언제나 외롭고 두렵고 걱정이 많습니다. 어느 시점에서 결단을 해야 하는지 어느 시점에서 나가고 멈춰야 하는지 그것이 장애엄마들의 평생 숙제인 것 같습니다.
승욱가 저희 가정에 왔을 때 저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폐암으로 의사 진단 후 5개월만에 2년 전 돌아가셨을 때는 그것이 마지막 슬픔인 줄 알았습니다. 올 봄에 함께 응급실로 걸어 들어간 형부가 작별인사도 없이 그렇게 돌아가셨을 때의 그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었습니다. 저의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혹시 여러 가지 개인사정으로 힘드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가정문제, 자녀문제, 질병이나 그리고 모든 개인적인 문제 등을 안고 계신 분들이 있을 줄 압니다. 제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걱정 없는 분은 못 보았습니다.
2007년을 마감하며 꼭 이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올 연말은 살아온 35년의 연말 그 어느 해보다 더 마음이 허합니다.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연말연시를 보내는데 빈자리가 너무 커서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여러분 주변을 한번 돌아봐 주세요. 가족이 함께 계신가요?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계신 것에 혹시 감사해 보신 적이 있으셨는지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없는 것에 그리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갈망과 원망이 많은 것을 봅니다. 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고 살았던 저 역시도 가족을 잃고 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더 뼈저리게 알게 된 해였습니다. 지금 여러분 주변을 둘러보시고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다는 그것만이라도 감사하시는 연말이 되길 바랍니다. 승욱이네도 지금 함께 있는 가족들과 더 감사하며 더 사랑하며 기쁘게 살겠습니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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