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명주‘한 잔’에 떡국‘한 술’ 마음은 어느새 고향으로 ‘훨훨’

2007-12-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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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새해를 활기차게… 한국 전통 음식 이야기


2008년이 다음 주로 성큼 다가왔다. 한인들의 ‘새해 첫날’에 관한 문화는 남다르다. 일단 한인들은 새해 첫날을 친척이나 가족들끼리 모여 유대감을 형성하는 따뜻한 명절로 기념한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여러 다른 나라에서 새해 첫날은 해가 바뀌는 파티적 성격이 더욱 강하다. 그 예로, 서양 사람들은 뉴 이어스 이브인 12월31일 밤이면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는데, 12시가 가까워지면 카운트 다운을 하고 새해를 외치는 종이 울리면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며 포옹과 키스로 축하한다. 새해 첫날에 관한 개념과 문화가 다르다 보니, 이날 즐기는 음식에도 차이가 있다. 서양인들은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기 때문에 1월 1일에는 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TV를 보며 간단한 음식을 즐기지만, 한인들은 새해 아침 새로 지은 옷을 입고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며 새배를 드리는 등 새해 첫날 의식이 많다. 비록 미국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고국에 있는 미주 한인들을 위해 새해 첫 시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한국 전통 새해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또한 세계 여러 민족들의 새해맞이 음식 문화도 덤으로 소개한다. <홍지은 기자>


한인들은 전통적으로 새해 첫 날에는 아침 일찍 밝은 마음으로 조상께 지낸 차례를 지내고 정월 상차림을 준비한다.
새벽부터 가족들이 모여 귀가 밝아지는 술 ‘이명주’를 한 잔씩 마시고, 멥쌀을 가루로 찧어 체에 쳐서 시루에 찐 가래떡으로 떡국을 끓인다. 또한 가래떡을 굵게 비벼서 떡살로 문양을 찍어 절편이나 꽃 절편을 만들며, 쑥이나 송기를 넣어 떡을 만들어 차례상에도 올리고 꿀에도 찍어 먹는다.
정월의 설날 음식으로는 떡으로 만들 수 있는 떡국, 떡 만두국, 떡 볶음, 떡찜, 떡산적, 떡 잡채 등이 푸짐하게 준비된다. 고기 음식으로 갈비찜과 사태찜, 생선점, 편육, 족편 등이 상에 올라가며, 지짐으로는 녹두빈대떡, 각색 전이 한 상 가득 펼쳐진다.
채소 음식으로는 삼색 나물과 겨자채, 잡채 등이 있고, 여기에 궁중 요리를 대표할 수 있는 신선로가 곁들여 진다.
또한 떡과 함께 먹는 장김치가 있고 후식류로는 약과, 다식, 엿강정, 강정, 산자, 식혜, 절편, 꽃 절편, 인절미, 수정과 등이 올라가 푸짐한 정월 상차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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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한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새해에 떡국을 먹는다. 새해 첫날 어린 아이에게 몇살이냐고 물을 때 “떡국 몇 그릇 먹었냐?”라고 물을 정도다. 최근에는 만두를 푸짐하게 빚어 함께 끓이는 떡 만둣국도 많이 즐긴다. 떡국은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충청도 지방에서는 쌀가루를 반죽해 가래떡처럼 길게 늘여서 어슷 썰어 떡국과 같은 방법으로 끓이는 생떡국이 있고, 개성 지방은 가래떡을 가늘게 비벼 늘여서 나무칼로 누에고치 모양으로 잘라 끓이는 조랭이 떡국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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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찜
예로부터 명절 상에는 고기류나 생선류가 꼭 있어야 제격. 좋은 갈비를 짧게 토막 내 찬물에 담갔다 건져서 배를 갈아 넣은 양념장으로 재운 갈비찜은 새해 첫날 빠질 수 없는 고기 메뉴다. 무와 밤, 표고버섯 등과 함께 재운 갈비를 냄비에 담고 은근히 끓여서 무르게 찜을 하고 은행, 잣, 지단으로 고명을 얹어 푸짐하게 즐긴다. 갈비찜 이외에 고기요리는 사태찜, 도미찜, 닭찜 등이 많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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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식
집안 경사 때, 명절, 제사, 차례 상에 올라가는 전통 과자로, 녹차와 잘 어울린다. 다식판은 나무에 둥근 홈을 파고 그 밑판에 글씨, 꽃무늬, 기하학적인 무늬 등을 새겨 모양을 냈다. 다식 반죽을 하여 꼭꼭 눌러 찍어 내어 색색으로 돌려 담으면 화려하고 여러 가지 재료로 다양하게 각각의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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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로
신선로는 일반 가정에서는 많이 즐기지 않지만 한국 전통 음식을 소개할 때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궁중요리다. 화통이 가운데 있어 그 속에 불이 올라오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신선로는 그릇 가장자리에 채소와 고기 등 많은 재료를 돌려 화려하게 담아 호도, 잣, 은행으로 고명을 얹고 장국을 부어서 끓여 먹는 탕이다.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갈 정도로 갖은 재료와 정성을 다해 만든 진귀한 음식으로 예번에는 숯 화로를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개스화로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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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전통 유과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밀가루에 참기름을 넣고 손으로 비벼 섞어서 체에 친 다음 꿀, 청주, 생강즙을 넣고 뭉쳐서 약과 판에 박은 뒤 온도가 낮은 기름에서 높은 기름으로 천천히 튀긴다. 약과를 맛있게 하는 비결은 너무 치대면 딱딱하니 가볍게 반죽해야 연하고, 천천히 튀겨야 약간씩 부풀면서 속까지 튀겨진다. 개성지역의 약과는 큼직하게 하여 폐백 때 쓰는 것으로 유명하고, 서울식 약과는 동글납작하면서 작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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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김치
설날의 떡국, 추석의 송편 등 한인들은 명절이나 제삿날 반드시 떡을 먹는다. 이때 함께 먹는 김치로는 시원한 국물의 장 김치가 으뜸이다. 무와 배추를 간장으로 절였다가 그 국물을 맑은 물과 합하여 소금 간을 하여 김칫국으로 붓는다. 장 김치는 무와 절여진 배추에 파, 마늘, 생강을 채로 썰고, 표고버섯, 석이, 실고추, 배, 미나리를 넣어 새콤하게 익혀 먹는 특별한 물김치로 주로 중부 지방이나 궁에서 해먹던 것으로, 젓갈과 고춧가루는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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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은 궁중에서는 ‘전유화’ 혹은 ‘전유어’로 불렸으며, 일반인들은 ‘지짐개’라고도 한다. 고기류의 전은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해물 등을 다져서 두부를 으깨어 물기를 꼭짜서 넣고 소금, 다진 파, 마늘, 참기름, 깨소금으로 양념하여 동글 납작하게 빚어서 밀가루, 달걀을 입혀 지진다. 채소는 감자, 고구마, 연근 등 단단한 것은 삶아 한 번 익힌 다음 밀가루, 달걀을 묻혀 지진다. 또는 연근 전처럼 밀가루즙에 참기름과 간장을 약간 넣어 양념하여 묻혀서 지져 내기도 한다. 표고, 호박, 풋고추 등은 그대로 하거나 또는 고기 다진 것을 붙여 밀가루, 달걀을 씌워서 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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