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위험한 상상(하)

2007-12-15 (토)
크게 작게
김 민 아


양미간을 잔득 찌푸리고 눈초리를 하늘 위로 치켜뜬 나의 손을 샤론이 잡았다. “진정해요.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 승욱이에게 플래스틱 눈 넣는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되요. 전 그냥 어렵게 예약을 잡아서 온 날이라 온 김에 시술을 받았으면 했는데”
“그래도 사전에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요. 6시간이나 걸리는 대수술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어요? 아이 눈동자를 제거하고 플래스틱 눈을 넣은 후에 혹시 나중에 의학이 발전해서 다른 눈수술을 받을 수 있으면 그땐 어떻게 해요”
“잠깐만요. 진짜 오해가 있었네요.” 샤론이 나를 잠깐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여기 봐요, 이 클리닉은 그리고 닥터 케이시는 플래스틱 눈 디자인하는 의사예요. 수술하는 의사가 아니에요”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온 나에게 플래스틱 눈을 보여주었다. “승욱이 지금 눈위에 아주 두꺼운 콘택트렌즈 같은 것을 케이시가 디자인해서 끼워주는 것이죠. 눈동자 위에 말이에요. 푹 꺼진 작은 눈동자 위에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이 두꺼운 렌즈가 해서 얼굴형태를 정상처럼 잡아가게 해줘요.”
“네~에? 플래스틱 눈이라는 의미가 두꺼운 콘택트렌즈였어요? 처음부터 말씀을 해주시지요” 샤론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승욱이 엄마처럼 그런 위험한 상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눈을 뽑아서 눈동자를 만들어서 넣는 수술? 여기서? 푸하하하”
함께 있던 닥터 케이시를 보았다. 손재주가 너무 뛰어나서 플래스틱 눈을 잘 만들기로 이 근방에선 소문이 나 있다고 했다. 케이시 선생님이 내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승욱이 엄마 눈 색깔이 갈색이니까 승욱이 눈동자 색깔도 엄마 눈하고 같은 색깔로 맞춰줘야겠어요. 아니 특이하게 파란색으로 해줄까요?” “눈동자 색깔도 만들어요?” “그럼요, 마치 진짜 눈처럼 만들어줘요. 눈꺼풀도 깜빡거릴 수 있게 되면 훨씬 자연스럽게 보여질 수 있어요.”
난 마냥 신기해서 플래스틱눈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샤론은 “그럼 오늘 시술할래요?” “승욱이가 가만히 있을까요? 정밀하게 사이즈를 재고 눈 안에 넣었다가 다시 다듬고 하는 과정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어쩌죠? 마취를 해야 할 것같은데 마취를 하려면 큰병원에 가야 해요.”
닥터 케이시가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본다 인근에 아는 의사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 같다. 아무리 빨라도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승욱이 메디칼 사무실에 의뢰도 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하긴 해도 시술을 하면 휠씬 좋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기에 기다리기로 했다.
샤론은 나를 놀리면서 “눈을 뽑아?” 눈을 뽑는 시늉을 나에게 보이면서 재밌어 한다.
다같이 재밌는 해프닝을 마무리하고 승욱이를 데리고 나오면서 “욱아, 엄마가 오늘 니 눈을 몇 번이나 뽑는 위험한 상상을 했지 뭐야. 엄마 너무 단순무식하지. 엄마는 눈 디자인하는 의사가 있는지도 몰랐고, 플래스틱 렌즈를 넣어주는 시술이 있는지도 몰랐어. 눈 수술은 무조건 눈을 뽑아야 하는지 알았단 말이야. 너무 창피했지. 똑똑한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 그래도 오늘이라도 새로운 것을 배웠으니 너무 감사하다. 그치? 예쁜 눈 만들어 줄께. 깜빡깜빡 뜰 수 있는 눈, 엄마 눈 색깔하고 똑같은 눈으로 말이야. 너무 잘 생겨지면 어쩌지? 뭇 여성들이 사랑에 빠지면 어쩌냐. 너를 보고 말이야. 엄마가 번호표 준비할 게. 줄을 서시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