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위험한 상상 (상)

2007-12-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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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언제나 감고 있는 아이, 승욱이. 눈을 뜨고 싶어도 떠지지 않아 억지로 입을 벌려 눈 밑 근육을 움직여 눈을 띄우는 것을 요즘 자주 본다. 점점 아이는 자라고 있는데 그것에 반해 눈동자는 태어날 때의 크기를 하고 있으니 눈이 감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굴 좌우대칭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게 핸섬보이인데 눈 주위가 푹 꺼져 들어가니 얼굴에 그늘이 져있다. 그리고 눈을 대부분 감고 있으니 언제나 눈 주위에는 눈곱이 껴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눈을 깜박거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난 승욱이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눈 수술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샤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언제나 밝은 목소리의 소유자 샤론은 승욱이가 전에 다니던 학교의 행정담당 디렉터이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옮기면서 마지막 선물로 받은 것이 눈 성형을 할 수 있는 펀드(수술비)를 승욱이가 받았다. 당장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샤론이 승욱이 눈수술을 할 수 있는지 한번 의사를 만나보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리 수술비용이 있어도 눈성형을 할 수 있는 눈이 있고 없는 눈이 있다고 했다. 펀드 역시 샤론이 관리를 하고 있기에(펀드는 승욱이 눈 수술에만 사용을 할 수 있다.) 수술을 하던 안 하던 일단 의사를 만나 봐야하는 것이다.
예약을 해 두었다는 전화를 받고 약속 날짜에 샤론과 병원을 찾았다. 닥터 케네디라는 분이 승욱이의 눈을 검사하기로 되었다. 승욱이가 전에 다니던 학교 시각장애아동들이 케네디에게 여러 명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승욱이의 눈을 이곳저곳을 살피는데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승욱이는 버둥버둥 살아보려고 난리도 아니다. 케네디는 승욱이 눈 크기를 재고 눈 주위를 눌러보더니 눈 안쪽을 한번 봐야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자신의 얼굴에 손도 못 대게 승욱이가 버티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케네디는 성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직 눈꺼풀 안쪽에 공간이 있어서 새로운 플래스틱 눈을 삽입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갑자기 샤론에게 케네디가 “그럼, 지금 시작할까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난 놀라서 “뭘 시작하는데요?” “눈 사이즈를 재고 플래스틱 눈을 오늘 삽입할 거예요. 시간은 얼마 안 걸려요. 대략 6시간쯤? 오늘 안에는 끝나요 걱정 마요” 난 너무 놀라서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샤론이 그냥 검사만, 그러니까 플래스틱 눈 수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오늘 본다고 했단 말이에요”
샤론과 나의 대화 중 뭔가 의사소통에 잘못이 있었나 보다. “샤론, 설명을 해줘요. 오늘 검사만 한다고 했잖아요. 우린 아무런 준비도 안했고, 그리고 이렇게 엄청난 수술을 저 혼자 결정 할 수 없어요” 샤론은 “수술이라뇨? 이거 수술 아니에요. 그냥 간단하게 플래스틱을 눈에 넣는 거예요. 승욱이 보다 더 어린 나이에도 다해요” “뭐가 이게 간단한 수술이에요. 오늘 눈을 뽑고 거기다 플래스틱 눈을 넣는 거잖아요. 6시간이나 걸리는 대수술인데 왜 저에게 얘기를 안 했어요” 샤론과 케네디는 동시에 나에게 “네~에? 뭐 눈을 뽑는 다고요? 여기서 눈을 뽑아요? 승욱이 눈을? 오 마이 갓~~~”
나의 코에서는 콧바람이 흉흉 나고 난리가 났다. 나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승욱이 눈을 어찌한다고 결정을 내려 이곳에 오게 한 것이 너무 화가 나서 말이다.
다음 호에서는 승욱이 엄마의 무식이 탄로 나는 것을 공개하겠습니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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