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투 스텝 40년짜리 모기지’어때요?

2007-12-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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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은행들 새 융자 상품 여럿 선보여
크레딧 좋은 고객 겨냥한 유연한 모기지
1% 네거티브 상환 등 위험 융자는 주의해야

서브프라임 부실 융자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모기지 은행들이 새로운 융자 상품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융자 부실로 인한 손실로 그냥 주저앉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선보이고 있는 새 모기지 상품들은 고객에 따라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모기지 은행들은 그간 마구잡이로 융자를 내주었다가 혼쭐이 난 때문인지 새로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 상품들은 크레딧이 좋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런 고객에게 제시되고 있는 새 상품들의 이자율은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으로 좋다.

유니언 은행은 새로운 형태의 40년짜리 모기지 융자를 출시했다. 40년 융자기간에 첫 15년은 고정이자율이 적용되며 원하면 이자만 낼 수도 있다. 15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시장 이자율로 조정돼 나머지 25년간 이 이자율이 적용되는 매우 유연한 융자다.
유니언이 ‘투 스텝 모기지’라고 부르는 이 40년 모기지는 41만7,000달러 이상인 점보 융자에 대해 제공된다. 최고 200만달러까지 융자되며 초도 이자율은 포인트가 없는 경우 현재 6.375%, 1포인트인 경우 6%의 이자율로 제공된다.
대부분의 모기지 융자가 5년, 7년 변동 아니면 30년 고정이었으며 40년짜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웰스파고 은행도 40년짜리 융자상품을 출시했다. 이 은행의 한 관계자는 “내가 1987년 처음으로 집을 샀을 때 40년짜리 융자를 받았었다. 글렌데일 페더럴에서 융자받았는데 잠시 나왔다가 그 뒤로는 별 반응도 없이 쑥 들어가 버렸다”며 “옛것이 다시 새것이 되는 것처럼 이 상품도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나왔다”고 소개했다.
20년 전 옛날 것과 다른 것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보다 유연하다는 점. 예전의 40년 모기지는 원금과 이자율 페이먼트가 미리 정해진 것이지만 새로 나온 것은 일정 기간은 이자만 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자만 내는 융자에 대해 최근 강한 비판이 일었지만 융통성이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좋아하는 고객들은 많다. 이자만 낼 경우 이자만 내는 기간이 끝나고 나면 이자율이 조정돼 미리 정해진 바에 따라 쑥 올라가 버려 페이먼트가 크게 늘고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3년 전 4.1255%의 이자율로 43만달러를 융자받았다면 이자만 낼 경우 월 페이먼트는 1,478.19달러로 적다. 하지만 11월1일부터 원금 및 이자 동시 상환으로 바뀌고 이자율도 6.125%가 적용됨으로써 월 페이먼트는 2,716.82 달러로 거의 두배로 올라간다. 최근 변동모기지 주택 차압이 급증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가 여전히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상품들은 여전히 새 이름을 달고 출시되고 있다.
이자율 1%의 부의 상환 융자(negative-amortization loans)이 그것.
이 융자는 고객들이 처음 일정기간 이자율 1%의 월 페이먼트만 내도록 허용하는데 먼저 웃고 뒤에 울게 만든다. 융자액수의 1%만 페이먼트로 내면 된다고 유혹하는데 소비자는 실제로 이자율 7%의 상환(amortize) 프로그램을 따르기 때문에 페이먼트로 내는 1% 이외의 나머지 금액은 갚아야할 채무로 원금에 더 붙게 된다. 부채를 갚는 것이 아니라 갚아야할 원금은 더 늘어가는 것이다. 더욱이 적용 이자율도 매달 달라 불안은 가중된다.
서브프라임 부실 융자 사태로 융자업계가 고위험 모기지를 기피하는 분위기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융자기준 강화로 줄어든 융자 매출을 메우기 위해 이런 달콤하지만 위험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1% 꼬임수 융자(teaser rate loans)도 40년 짜리 융자와 마찬가지로 예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취급하지 않던 은행들이 새로이 취급하는 경우도 있고 내용면에서 약간 수정해서 새 상품으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1% 네거티브 상환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는 악성 융자이나 일부 고객에게는 안성맞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할리웃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서 수입이 불규칙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고객에게는 이 융자가 인기라고 한 융자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조심해야 한다. 클레어몬트 드러커 경영대학원의 파이낸스 전공 교수 제이 프라그는 “융통성 있는 융자 상품들이 최근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첫 맛에 현혹되지 말고 내용을 잘 이해한 다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주의를 요망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융자 페이먼트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의 서브프라임 융자 사태도 이런 과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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