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면 한국인의‘대표 간식’

2007-12-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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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민이다. 세계라면협회(IRMA)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라면소비량 34억개로 중국(442.6억개), 인도네시아(124억개), 일본(54.3억개), 미국(39억개)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인당 소비량으로 치면 연간 1인 소비량 75개로 압도적인 1위다. 라면의 원류를 다투는 일본, 중국의 소비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치다.

1인 소비량 연간 75개
일본·중국 제치고 1위
‘건강 유해’논쟁 지속에
팜유·천연조미료 사용
야채·고기와 함께 먹어
부족한 영양소 보충을

외래 음식인 라면이 이 같은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63년 삼양식품㈜이 일본 명성식품과의 기술제휴로 한국 최초의 ‘삼양라면’(치킨탕면)을 시판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라면이라는 음식이 무엇인지 몰랐다. 삼양식품 직원들이 길에서 라면 요리 시범을 보이며 물건을 팔아야 했을 정도였다.
라면이 대중화된 것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밀가루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부터였다. 쌀 자급자족을 이루고자 했던 박정희 정권이 쌀 보급률을 늘리는 대신 밀가루 사용을 권장해 목표를 달성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본디 한국인들은 얼큰한 국물을 좋아해 라면이 밥과 같이 한 끼 식사의 위치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5원짜리 꿀꿀이죽에 비하면 훨씬 포만감도 있었고 가격도 63년 당시 1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았다. 라면은 이내 식사대용으로 인기를 끌게 됐고 라면 산업의 급성장기였던 1970~80년대 연간 판매신장률은 30~40%대에 달할 정도였다. 판매 초기였던 60년대 후반 연간 생산액이 1,500억~1,600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라면시장의 규모는 1조4,440억원으로 10배 성장했다.
하지만 89년 ‘우지파동’,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웰빙 열풍 등으로 라면산업은 정체기에 들어섰다.
최근의 웰빙 트렌드를 반영, 라면 업체들이 인공 화학조미료(MSG) 대신 천연조미료를 사용하고 클로렐라, 버섯 등 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도 ‘싸구려 가공식품’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또 한 가지 난관은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다’는 인식. 농심 관계자는 “지금은 라면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터닝포인트”라며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는 제품들을 내놓기 위한 라면업체들의 신제품 개발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라면은 건강에 유해할까.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라면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이자 세계라면협회(IRMA) 회장인 안도 모모후쿠 닛신식품 회장이 인터뷰에서 “97세 장수의 비결은 라면”이라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라면은 저가의 저품질 즉석식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일본의 한 유명 건강 저널리스트는 라면을 두고 ‘21세기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식품’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라면의 어떤 성분이 건강에 유해한 것일까.
라면이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과 수프에 들어 있는 조미료 등의 첨가물을 문제 삼는다. 이들에 따르면 기름과 인공조미료는 발암물질이고 조미료의 성분이 대사기능에 장애를 줘 중성지질이 인체에 축적되면서 동맥경화나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관련 라면 업계에서는 오히려 라면이 암과 노화를 예방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야구르트 관계자에 따르면 라면 수프의 원료에는 콘드로이친황산, 칼슘, 인이 들어 있고 야채에는 셀레늄, 비타민,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돼 있다. 황산 콘드로이친은 식이섬유 성분의 일종으로 동맥경화, 신경통, 관절통, 편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 또 변비해소, 원기회복, 콜레스테롤 저하에 좋으며 콜라겐과 결합, 노화방지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 역시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쓰고 있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많은 이들이 살을 찌우는 대표 음식으로 라면을 꼽는데 실제 라면 100g의 칼로리는 약 500㎉에 불과해 성인 한 끼 식사 권장량인 800㎉에는 미치지 못하며 오히려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야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없을 정도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문제 삼는 인공 화학조미료(MSG)도 농심의 경우에는 올해 초 천연조미료로 대체했고 다른 업체들도 사용량을 대폭 줄였다. 농심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 사용하던 MSG 양도 크지 않았고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도 입증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해외시장의 경우 인공조미료를 사용한 제품을 선호하는 곳도 많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MSG 유해 논란으로 라면업계는 라면의 맛을 내는 주요 성분이었던 MSG를 대체할 만한 조미료를 개발했고 이전과 비교해 맛에서도 차이가 없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라면이 일부 영양소가 부족한 것에 비해 칼로리 자체가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라면 120g을 기준으로 탄수화물 80g, 단백질 10g, 지방 17g이 함유돼 있는데 상대적으로 지방함량이 높은 대신 비타민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도 필수 영양소를 보충해 줄 수 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라면을 끓일 때 고기나 야채를 넣는 것도 방법이다. 인스턴트 라면에는 특히 비타민과 광물질이 부족하므로 김치와 함께 먹거나 야채샐러드, 토마토 등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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