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코리아타운 미래를 위해

2007-1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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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코리아타운에 들어올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은 젊음과 희망이다. 필자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가 1982년이었으니까 25년이 지났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한 가지만 짚는다면 예전에 비해 코리아타운에는 영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는 것이다. 새로 생긴 식당일수록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한 사람들이 줄을 잇고 미용실이나 세탁소에 가도 한인 1.5세나 2세들을 자주 보게 된다. 영어에 불편이 없는 젊은 세대들이 왜 한인타운을 선호할까 생각해 보면 결론은 역시 그들의 핏줄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한인타운도 이제는 1세와 1.5세, 그리고 2세들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1세들은 이민생활에서 얻은 지혜를 2세들에게 가르치고 2세들은 그들이 지닌 총명함과 새로운 지식으로 1세들의 대를 이어야 할 것이다. 코리아타운을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과연 우리의 2세들인가 본국에서 새로 이민해 오는 한국인들인가. 한번쯤 생각해 볼 이슈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그 누가 이 타운을 이끌어가게 되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코리아타운내에서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또는 타운내에서 사는 사람들이 코리아 타운의 현재를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LA한인회, 부동산협회, 상공회의소와 같은 단체들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타운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 개개인 자신이 코리아타운에 대한 자긍심으로 어깨를 넓게 펴고 자신감 있게, 그리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들이 우리 코리아타운의 얼굴이 되는 것이다. 그처럼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프로페셔널리즘과 서비스와 물건의 질이 제대로 갖추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고 갈 1.5세와 2세들의 눈에 비치는 코리아타운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직업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필자의 관심은 일단 코리아타운내 주거지에 먼저 쏠리게 된다. 부동산 붐으로 부와 경험을 축적한 한인들이 요즘 콘도단지들을 세우고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주류 빌더들의 프로젝트에 익숙한 필자로선 한인들이 지은 콘도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될 수 있는 데로 많은 프로젝트들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이제 코리아타운이 고급화되어야할 시기가 되었구나 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고급화라는 것은 그저 겉모양만 깨끗하고 럭서리한 것이 아니라, 또는 인테리어 재료가 고급으로 쓰였다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그 프로젝트의 디자인부터 컨트랙팅, 그리고 끝맺음까지 빌더의 이름을 새겨놓고 싶을 정도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만한 태도로 주거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은 한번 세워지면 백년이 넘는 긴 수명을 가지기 때문에 좋지 않은 건물을 세운 빌더는 코리아타운에 백년간 미안해해야할 것이다. 부동산 버블은 새로 오르는 건물들의 질을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 심혈을 기울여 짓지 않아도 팔려나가는 이유로 건축자재와 컨트랙팅의 수준이 조금 떨어져도 눈을 감는 빌더들이 많아진다. 게다가 빌더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경험도 없는 투자가들이 자칭 디벨로퍼라고 명함을 내미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반대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될수록 바이어들은 빌더의 마음 구석까지 읽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된다. 투기용 날림공사를 허용하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불황이 좋은 것 중에 하나는 개발업자들이 바이어들의 눈높이에 따라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싸구려 아파트 수준의 콘도를 지어놓고 럭서리 콘도라는 과대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할게 아니라 자기가 지은 주거지가 코리아타운을 빛내는 데 한몫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을 주는 건축을 해보면 어떨까. 외국인들의 눈에 들어오는 멋진 코리아타운의 모습. 그들도 우리 코리아타운에 이사들어오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이라는 사실. 오늘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민자들에게는 코리아타운이 그저 삶의 영역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우리 1.5세와 2세들에게 코리아타운은 고향땅인 것이다. 향후 타운내의 경제와 정치력을 장악하게 될 그들이 이 땅에 머물고 발전을 이어가기를 바란다면 우리 1세들이 깊이 생각해야할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일단은 먼저 그들을 끌어당길만한 주거지를 만들고 환경을 개선해 가자. 2세를 향한 우리 1세들의 사랑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믿는다.
(800)429-0014
토마스 박
<시너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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