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99센트 온리 스토어’

2007-11-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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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어두운 뉴스가 많다. 에스크로를 연 거래 중 반은 깨지고 있다 라든가 차압당한 집들이 넘쳐나고, 턱없이 오른 렌트 때문에 비즈니스 운영이 안 되고 따라서 빌딩 주인들도 페이먼트 때문에 힘겨워 하고 있다는 얘기. 휘발유 값은 3달러를 훌쩍 넘어 4달러를 바라본다라든가, 어디 그뿐이랴, 그런 중에도 타운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뉴스들, 아무리 계산을 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현 상황에서 매일을 뛰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말 그대로 의기소침해 질 수밖에 없는 먹구름 낀 소식들뿐이다.
지난 주 나는 ICSC(국제샤핑센터협회)가 주관한 LA 차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소매 체인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창설자와의 대담 프로그램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거기엔 99센트 온리 스토어의 창설자 데이빗 골드와 ‘잠바주스’의 커크 페론 그리고 ‘다니엘 주얼러스’의 래리 셔우드가 패널리스트로 나왔었다.
수퍼마켓에서 일하며 거의 매일 스무디를 사먹으며 내가 스무디를 만들면 훨씬 잘 만들 것 같아 친구와 함께 잠바주스의 오늘을 있게 한 패기만만한 커크 페론이나,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온 다니엘이라는 이름의 작은 주얼리 스토어를 50년이 넘는 지금까지 키워온 래리 셔우드의 경영 능력도 들을 만했지만 99센트 온리 스토어의 창설자로 지금은 백발인, 겸손이 넘치는 모습으로 그러나 아직도 일손을 놓고 있지 않고 있는 데이빗 골드의 삶이 잔잔한 감동으로 훨씬 정겹게 다가왔다.
팔순이 다 돼 보이는 듯한 데이빗은 LA 다운타운에서 조그만 소매상을 했단다. 늘어나는 재고 때문에 좁은 가게에다가 천장까지 높이 물건을 쌓게 되면서 고심한 끝에, 같은 종류라도 1.29달러나 1.49달러짜리보다는 99센트짜리 물건이 잘 팔린다는 산 경험에서 오는 생각으로 99센트 스토어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1982년, 그 생각은 히트를 쳤고 25년이 되는 지금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애리조나, 네바다주에 251개의 지점을 갖게 되었고 할리웃은 물론 부촌의 대명사인 베벌리힐스에도 99센트 온리 스토어는 사랑을 받고 있다.
필요한 물건을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일이다. 더구나 깨끗한 매장과 잘 정돈된 물건들에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필요한 것이 다 있는 곳이라면 안 갈 이유가 없다. 99센트 온리 스토어는 어디에나 공통점이 있다. 작게는 1만스퀘어피트에서 보통 2만스퀘어피트가 넘는 넓은 스토어의 전면을 유리로 하고 물건을 가득, 잘 진열해 놓는 것이다. 색깔과 디자인이 다른 상품들을 종류별로 빈틈없이 진열한 그 자체가 대단한 전시여서 그 안에 어떤 물건들이 그렇게 싸게 팔리고 있는지 호기심을 갖게 하며 웬만한 사람들은 한번쯤은 다 가보게 되고 어떤 때는 괜히 가서 이것저것 사보는 유혹도 받게 된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체인을 갖고 있는 커다란 회사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일 가격, 그것도 99센트라는 가격을 유지하며 한 지점당 평균 440만달러의 매상을 올리고, 2006년 전체 매상이 110억달러를 넘으며 잘 나가는 나스닥 상장의 이 코퍼레이션도 지난 11월8일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520만달러의 손실을 보여주고 있다. 원인은 높은 원가와 제반 경비 인상 때문이란다. 원가와 경비 절감의 문제란 규모만 다를 뿐이지 그들이나 우리나 겪는 공통의 문제라며 위로를 받는다.
그들은 특색 있는 광고를 한다. 휴스턴에 오픈 예정인 99센트 온리 스토어는 우선순위로 9명의 고객에게 비싼 아이팟 나노를 99센트에 팔고, 다음 99명에게는 스쿠터를 99센트에 판다고 선전을 한다.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재미난 광고다. 어려운 때, 힘든 고비를 넘기며 무언가 새로운 출구를 찾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훗날,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후배들에게 무언가 얘기해 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꼭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성공의 잣대가 아닌 이상 열심히 생각하며 노력하는 시간들이라면 아마 부끄럽지는 않으리라.
(323)541-5603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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