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11-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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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식과 소유의식

캘리포니아로 이사 오기 전 약 20년간 남부지방에서 미국생활을 하며 인근 한인교회를 섬겼다. 그때 그 지역의 한인교회들은 공통적인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것은 교회개척 멤버들의 오너의식과 배타성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이었다. 지역 목회자 모임에서 “교회 창립멤버들이 떠나야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창립맴버들의 일명 ‘텃새’ 때문에 진통을 겪는 일이 중소 도시에 소재한 많은 한인교회들의 아픔이었다.
그렇다면 교회에 대한 주인의식이 잘못된 것인가. 일반적으로 주인의식이란 어떤 공동체와 일에 대한 애정, 소속감, 소명의식,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과의 일치감을 말한다. 그러므로 교회를 사랑하여 열심히 섬기면서 자연히 싹트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주인의식은 교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신실한 헌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부정적인 주인의식이 있는데 그것은 오너십 곧 소유권으로 변질되어 교회에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려 함으로써 신앙 공동체의 화목과 성장에 암적 요소가 된다.
LA로 이사 온 후 조금 다른 양상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은 목회자들의 소유의식에 대한 이야기다. 원로 목사님의 기득권에 대한 미련으로 일어나는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와의 갈등, 교회를 개척한 담임목회자의 오너십 의식에 따른 독선적 리더십으로 생기는 아픔 등이 그것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성도가 출석하던 교회의 담임목사가 교회에서 조용히 나가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리적이거나 도덕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교회의 행정에 대한 이견이 돌출되었는데 목사로부터 교회를 떠나라는 권면을 받은 것이었다.
교회는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께 속해 있으며 목회자나 어떤 개인에게 속해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어떤 목회자도 ‘내가 교회의 주인’이라고 감히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많은 경우 목회자들이 소명에서 비롯된 책임의식에 뿌리를 둔 주인의식과 소유의식을 혼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어려운 환경 가운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 사역하는 이들일수록 이런 잘못에 빠질 위험이 많다. 대도시의 많은 목회자들은 작은 교회일수록 자신이 마련한 개척자금을 가지고 건물 월세를 내거나 미국인 교회의 일부 공간을 빌려 개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 예배당을 애써 건축하고 교회를 성장시킨 목회자에게 교회는 그의 분신이며 전부라고 할 수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소유의식이 깊어지면서 자기 권리를 지키고자 하고, 성경이 가르치는 목회자로서의 권위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에서 양들을 치며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는 모든 목회자들은 나를 부르시고 특정 교회에 심으신 하나님의 뜻에 올바로 반응하는 책임의식에 근거한 목회를 하고 있는지, 긍정적인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진실하게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 힘쓰고 땀 흘린 헌신의 열매를 내가 누리겠다는 소유의식에 근거한 목회에 머물게 되기 쉽다.
캘리포니아답지 않게 잔뜩 찌푸린 오전 날씨를 자주 대하는 요즈음, 하늘을 올려다보며 문득 ‘모두에게 활짝 문 열린 주님의 교회’를 그리워한다.

박 혜 성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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