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1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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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성을 지르는 언어

밥 호프는 미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이었다.
한참 상종가를 올리던 때가 미국이 월남전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였다. 월남전에 참여한 군인들을 위문해 달라는 요청이 밥 호프에게 왔다. 워낙 바쁘기도 하거니와 그리 달갑지 않았지만 나라의 부름이라 마지못해 승낙하고 딱 20분만 공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밥 호프는 그날 한 시간이 넘는 공연을 했고 끝날 때는 눈시울까지 적셨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는데, 제일 앞에 앉은 병사 둘이 눈에 들어왔단다. 그들은 전쟁 중 팔 하나씩을 잃은 상이용사들이었는데 팔이 하나씩밖에 없으니 서로 그 팔을 내밀어 박수를 마주치며 깔깔대는 것이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자신이 오히려 위로를 받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몸이 불편해서 웃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해서 웃지 못하는 것이다. 언젠가 찬양집회 인도자로부터 비슷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찬양을 인도하는데 앞에 앉은 한 친구가 한손으로 자기 뺨을 때리며 노래를 부르더란다. 가만히 보니 한 팔이 없는 친구였다. 하지만 찬양을 은혜롭게 인도하려는데 앞에서 뺨을 치는 모습이 너무도 거슬려 제대로 진행을 할 수가 없었다. 겨우 찬양을 끝내고 그 친구한테 가서 물었단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말을 못하는 농아였다. 옆에 같이 온 사람의 통역을 통해 들으니 찬양을 하는데 너무나 감동이 되어서 손뼉을 치고 싶은데 한 손밖에 없는지라 자기 뺨을 때리며 하나님을 경배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너무나 모든 것이 규격화된 세상에 살기 때문에 때로는 자기 것과 다른 것을 관용하는 인내가 상당히 부족하다. 사람은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 것에 익숙해져서 다른 사람의 것은 왠지 모르게 불편해 한다. 다른 사람의 것이 더 표준에 가까운 경우에도 잘못 길들여진 것을 쉽게 바꿀 수가 없다.
말을 잘 못하는 발달장애아들이 가끔 괴성을 지를 때가 있다. 그러면 부모나 주위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 입을 막는 것을 종종 본다. 장애아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을 조심스럽게 관찰해 보았다.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흔히 기분이 나빠서 또는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소리를 지른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이유로도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들은 기분이 좋아도 소리를 지른다. 그들은 자신이 소리를 지르는지도 모른다. 다만 자기만의 언어를 내뱉는 것이다. 소리를 지르는 것이 그들이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임을 안다면 무조건 시끄럽다고 입을 막거나 귀를 막지는 않을 것이다.
장애아들이 소리를 지르거든 가만히 경청해 보자. 얼굴 표정의 언어가 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자기가 하는 말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 때 얼마나 답답한가. 우리도 영어를 말할 때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해 마음에 있는 말을 다하지 못하고 또 자기가 한 말을 다른 사람들이 다 알아듣지 못할 때 얼마나 자존심과 마음이 상하는가.
발달장애인들도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은 쉴 새 없이 말을 한다. 의미 있는 말을 전하고파 한다. 그런데 상대방은 무시한다. 얼마나 속이 상할까. 우리 딸 조이가 쉴 새 없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는데 너무나 진지하게 한다. 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내가 답답하다.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장애인이다. 저는 분명 의미 있는 말을 하고 있는데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더 잘 알아듣는 훈련을 내가 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도 이렇게 느끼실 것이다. 당신은 분명 말씀하고 계신데 인간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답답하실까.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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