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 속옷과 패션

2007-10-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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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로 한낮의 기온이 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였지만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 완연한 가을의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아열대성 기후로 인해 한 겨울이라 해도 속내의를 입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고 아마 한국식의 내복이라는 것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라 봅니다. 그런 식의 추위를 피하기 위한 내복이 아니라 여성들의 속옷, 즉 란제리를 얘기하자면 요즘은 그야말로 패션이 두드러진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속옷의 시작은 겉옷이 발전하고 난 후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 기록된 아담과 이브의 얘기에서 먹어서는 안 될 선악과를 먹고 난 후 부끄러움이란 기분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나뭇잎으로 신체의 중요한 부분을 가리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고 지금도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오지에서는 그 정도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있으니 아마 최초의 속옷은 나뭇잎이라 볼 수 있지만 사실 그런 경우 겉옷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나뭇잎은 속옷과 겉옷 모두를 대용하는 통합형 의상이 맞을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입는 속옷을 보통 란제리라 부르는데 이것은 주로 리넨이 소재가 되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어원의 유래는 프랑스어로 랭(삼베)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요즘은 대부분이 거친 소재보다 부드러운 실크 소재나 화학섬유로 제작된 소재를 많이 쓰는데 속옷도 시대에 따라 디자인과 컬러가 발전하고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변화되어 온 것입니다.
여성들의 란제리는 신체의 보호역할도 하지만 겉옷의 실루엣을 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내어 아름답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란제리는 르네상스 시대에 겉옷의 모양에 따라 같이 발전하게 되었고 그 중 지금도 착용하는 콜셋이나 치마의 폭을 넓게 보이기 위해 틀을 넣어 모양새를 내는 파딩게일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여러 가지 유형의 속옷이 탄생했다 사라지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속옷 중 하나인 브래지어는 19세기에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단순한 색상이나 디자인에서 벗어나 현대의 속옷은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70년대에 유행하던 색상은 보통 베이지나 핑크 정도였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색상을 망라할 뿐 아니라 무늬나 자수를 포함해 겉옷 이상 가는 각종 디자인이 생산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획기적인 부분은 스타일의 변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성 속옷에 비해 상대적으로 디자인의 한계는 있지만 각종 무늬와 색감으로 장식된 속옷들을 남성들이 많이 찾는 것이 사실입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속옷을 선택하는 것에는 심리적 부분이 크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속옷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디자인과 색감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 신체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속옷에 대한 최선의 선택은 자연 소재로 제작되어 촉감과 투습효과가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고 그다음이 디자인이나 색상이 따라 주는 것입니다.
속옷은 겉옷에 따라 입는 형식이 다르게 됩니다. 어떤 겉옷을 입느냐에 따라 속옷 역시 그것에 따라주어야 하는 것이 현대 패션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속옷도 겉옷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부분이므로 세련되고 멋지지만 나름대로의 품위까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시대가 변해서 모든 것을 도덕적 기준으로 잣대를 잴 수 없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은 지식이고, 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은 참된 지혜다’라는 도덕경의 한 부분처럼 나 자신을 아는 참된 지혜는 속옷을 선택하는 것에서도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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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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