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사랑의 기도

2007-10-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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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가 미국에서 와우이식이란 수술을 받고 조금씩 듣고 있다는 말에 아버님이 많이 안심하신다. 그래도 미국에서 승욱이를 키우는 것이 잘한 결정이라고 아버님이 말씀을 해주시니 어느 정도 마음에 죄송함이 사라지는 듯하다. 도란도란 아버님께 아이들 키운 이야기며 미국에서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님이 나에게 부탁이 있다고 하신다.
“무슨 부탁이든 들어 드릴께요. 말씀하세요 아버님” “니 어머니와 합장을 해줘” “합장이요?” “응, 나 그렇게 묻히고 싶다” “아버님” 시어머님이 많이 그리우셨나 보다.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시니 말이다. 집안 어른들과 상의를 해서 꼭 그렇게 해드리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그 다음은 나의 부탁? “아버님, 저도 아버님 부탁을 들어 드릴테니까 아버님도 막내며느리의 마지막 소원을 꼭 들어주세요.”
“아버님…”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가는 곳으로 아버님도 같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천국으로 말입니다. 우리 친정아버지가 먼저 가신 곳은 얼마나 좋은 곳인지 그 곳으로 아버님도 우리 모두도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안된다. 난 니 어머니 간 곳으로 갈 거야. 그곳에서 꼭 만나야해. 너와 난 믿는 종교가 틀려. 각자 믿는 종교대로 가는 거다. 나에게 강요하지 마라. 그건 니 어머니에게 배신을 하는 거야.” 너무 답답한 마음에 “아니에요, 아버님, 그건 배신도 배반도 아니에요. 아버님 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세요.” 아버님은 나의 애타는 말에도 아랑 곳 하시지 않고 누우신 방향을 바꾸시면서 잠을 자야겠다고 돌아누우셨다.
아무 말 없이 아버님 옆에 한동안 앉아 있는데 “헉” “아버님 괜찮으세요?” “나쁜 꿈을 자꾸 꿔. 너무 무서운 것들이 달려들어.”
“아버님, 제손 잡으세요. 제가 좋은 꿈을 꾸는 기도를 해 드릴께요. 절대 나쁜 꿈 안 꿀거니까 제 손잡고 눈감으세요” 나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아버님을 사랑합니다. 아버님 때문에 남편을 만났고 그 남편 때문에 귀한 자녀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제가 얼마나 아버님을 사랑하는지 우리 아버님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그런 아버님이 저의 아버님이어서 이 부족한 며느리는 너무 감사합니다. 말로다 할 수 없는 사랑, 다 갚을 수 없는 부모님의 사랑 앞에 이 부족한 며느리가 아버님의 손을 잡았습니다. 하나님, 나쁜 꿈 때문에 편히 못 주무시는 아버님에게 안식을 주시기 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아멘” 어? 아버님이 ‘아멘’이라고 크게 대꾸를 하시네?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는 아버님을 보았다.
‘사랑합니다.’라고 기도를 해 드렸더니 내 진심이 아버님 마음에 전달이 되었는지 아버님 입에서 기적의 단어가 나오고 말았다. 본인이 ‘아멘’이라고 말씀하시고도 쑥스러우신지 나의 눈을 피하신다.
“아버님, 저 진짜 아버님 사랑해요.” “알아. 내 니맘 안다” “이제 시간마다 기도해 드릴께요” 놀란 얼굴로 “뭐라꼬 시간마다…” “네, 나쁜 꿈꾸지 않게 시간마다 기도해 드릴께요”
시간마다 아버님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해드렸다.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져 계신지 어떤 기도를 해도 기쁘게 ‘아멘’이라고 마무리를 함께 하신다.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본인 아버지 모습에 남편이 놀라서 토끼 눈을 하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며느리 표 ‘사랑의 기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자꾸 마음이 아프다. 내일은 아버님과 헤어져야 할 날이다. 마음 단단히 먹고 아자! 울지 않고 헤어지기 연습~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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