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10-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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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혹자가 이렇게 질문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가 마르지 않고, 인생의 황홀함을 누리며 기뻐할 수 있는 삶’이라고 답하고 싶다. 아직 인생을 논하기엔 젊은 나이지만 그래도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불혹’을 지나고 있기에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5남매 중 장녀로, 특별한 사랑 속에 자라면서 낙천적 성격에 걱정이 없던 나는 겁도 없이 좌우명을 이렇게 정해 놓았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지금까지 높고 낮은 눈물고개도 여럿 지나 왔고 쉽지 않다는 목회자의 아내로 살아가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것은 생각할수록 고마운 일이다. 피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날 때마다 이왕이면 감사로, 기쁨으로 대하려고 노력했었고 그러다 보니 어려운 일속에 숨어있는 곱빼기 감사가 ‘숨은그림 찾기 행복’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인생은 선택이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의지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내 앞에 줄을 선다. 보이는 환경에 마음이 그네를 타 갈등할 때도 있고, 진리와 비진리 사이를 오가면서 용기 있는 태도를 요구 당할 때도 있었다. 또 거창한 일들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순진한 질문에 대한 지극히 일상적인 대답을 하는 순간에라도 개인의 인생관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비록 대답은 말로 하지만 그의 표정, 손짓 발짓, 온몸으로 하는 표현에서 한 사람의 품성과 인격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서 말을 조심하려고 애쓰지만 늘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소망스런 일이다. 부족하기 때문에 기도하게 되고, 기도 할 때마다 부족함을 채우시는 주님을 만나게 하시니 이 어찌 소망스럽지 않을까.
나는 아이가 여섯이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같은 세상에 어떻게 여섯이나 낳았냐고 이구동성으로 묻곤 한다. 그런데 난 아직까지 여섯인 자녀를 많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으니 이 또한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라고 밖에는 설명한 길이 없다. 아래로 세 녀석을 연년생으로 낳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없는 이 일을 즐길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넷 지나면 저절로 큰답니다. 여섯을 낳아보니 여섯도 많지 않네요’라고 노래를 하며 지냈다.
어차피 도울 사람도 없었고, 나에게 주신 축복의 자녀이기에 이왕이면 즐겁게 자녀를 양육하고 싶어 힘들 때마다 그렇게 외쳤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여섯 자녀가 저절로 커가는 행복을 누리게 하신다. 이제 큰 아이가 대학엘 들어갔고 막내가 초등학교 일학년을 다니고 있는 지금, 역시 자녀를 키우는 일은 엄마를 철들게 하는 지극히 큰 복이라는 사실 앞에 감사한다. 어떤 일이든 즐기겠다는 생각이 긍정적인 태도로 이어졌고, 감사로 표현되는 언어의 힘이 결국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누군가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하고, 언젠가 할 일이라면 ‘바로 지금’ 자원해야 하지 않을까? 아주 작은 ‘용기’라도 생각을 실천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되고, 작은 생각의 차이가 큰 꿈을 성취해 내는 희망의 디딤돌로 변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일도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뿐 아니라 가끔씩 찾아오는 고난까지도 즐길 수 있는 내공을 키워나간다면, 우리 모두가 두 발 딛고 천국을 경험하는 최고의 행복자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파도가 거셀수록 온 몸에 휘감기는 파도 타는 기쁨과 스릴을 황홀하게 즐기는 서퍼처럼.

정 한 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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