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2007-10-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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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겨운 후원자의 기도

매년 10월1일은 전 세계 월드비전이 새로운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월드비전에서는 이날을 ‘기도의 날’(Day of Prayer)로 정해 놓고, 각 나라별로 모든 직원들이 사무실 또는 특정 장소에 모여 온 종일 기도와 찬양을 하면서 지난 해를 평가하고 새 해의 비전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희 미국 월드비전도 지난 10월 1일 시애틀 본부 근처 그레이스 커뮤니티 처치 본당에 모였습니다. 약 1,000명의 직원들이 가난과 기아를 초래하는 전쟁, 재난, 질병, 에이즈, 아동 착취 등의 원인들을 하나씩 열거하며 이 땅에서 이같은 악이 사라지고, 고통받는 전 세계의 이웃들이 육체적, 영적으로 회복되기를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비록 2만5,000여명의 전 세계 월드비전 식구들이 약 100개 국가에 흩어져 각기 다른 업무를 수행하지만, 이날만큼은 같은 목소리와 마음, 간절함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새 회계연도 역시 알찬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한 방향을 향해, 최선을 다해 전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도의 날의 하이라이트는 후원자님들이 보내신 기도요청 엽서를 모든 직원들이 수백 장씩 나눠가진 후 일일이 읽고 기도하고, 사인해서 다시 보내는 순서입니다.
영문 엽서가 대부분이지만, 간간이 한글 엽서도 보이고, 중국어 엽서도 보였습니다. 편지를 읽는 동안 곳곳의 테이블에서 직원들이 훌쩍이는 소리, 간절히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후원자님들의 기도 요청 사연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절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도 요청 드립니다. 저희 집 사람이 두 달 전 암선고를 받고 투병 중에 있습니다. 38년을 살아오면서, 아무 것도 잘해 준 것이 없는데 생명이 꺼지려고 합니다. 꼭 기도해 주십시오.” “다섯살 난 아이가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힘들지만 후원을 끊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딸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이제 18세밖에 안 된 아이가 마약에 중독돼 인생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다시 돌아와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직장을 잃은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빠른 시일 내 직장을 얻어서 후원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들이 형무소에 들어간 지 3년이 넘었습니다. 그 아이의 건강과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 요청합니다.”
정말 수많은 아픔이 엽서에 적혀 있었습니다. 도저히 그 상황에서는 후원을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 분들의 엽서에 후원 중지를 생각 중이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후원이 끊어지게 될까봐 걱정하면서 기도를 부탁한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힘들어하는 그 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제 가슴에 와 닿아 안타까움으로 범벅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감사와 더불어 그분들의 사랑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다짐이 있었습니다.
기도의 날 행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 입에서 찬양 하나가 절로 흘러 나왔습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월드비전의 새 회계연도를 시작하면서 후원자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You are my Hero!”

박 준 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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