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보기

2007-10-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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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말다툼 속의 빨간 깃발

부부가 살면서 말다툼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서로의 생각과 일처리 방식, 의사소통 방식이 다르니 갈등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로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말다툼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유명한 결혼연구가 거트만(Gottman) 박사는 부부의 말다툼하는 모습을 15분 정도 지켜보면, 그들의 결혼이 이혼으로 끝나게 될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부부 사이의 말다툼 속에 그 징조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말다툼 속에 있는 이혼이나 심리적 이혼을 암시하는 나쁜 징조들이 무엇인가? 먼저, 싸움이 거칠게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칠게 시작한 말다툼은 서로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되는데, 그중 가장 치명적인 요소는 상대를 비판(criticism)하는 것이다.
사실 부부 사이에 가장 흔하게 하는 다툼의 시작은 불평(complaints)을 토로하는 것이다.
불평은 물론 비판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불평은 상대 배우자의 어떤 행동에 대한 면을 말하는 반면, 비판은 범위를 확대하여 상대 배우자의 성격이나 인격까지 공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제 저녁 전화도 없이 늦게 들어온 것이 화가 나요”는 불평의 말이지만 “어쩜, 사람이 그렇게 무심해요,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뭐든지 당신 기분 내키는 대로만 행동하는 구려”는 비판의 말이다. 또 “차에 개스가 없는데 어제 채워 넣겠다고 해놓고 왜 안했어요?”는 불평인 반면, “아니 그렇게 정신이 없어요? 개스 넣어야 한다고 서너 번도 더 이야기 했는데”는 비판의 말이다.
다시 말해 불평은 배우자의 특정한 행동을 지적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비판은 원망을 하며 상대방의 인격을 함께 사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난과 비판의 말 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확실히 부부 관계에 위험을 알리는 빨간 깃발과 같다. 끊임없는 비난과 비판 다음에는 냉소적인 빈정거림(cynicism) 과 신랄한 야유(sarcasm)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냉소와 야유는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인격적 모독의 말이다.
또 눈알을 굴린다든지, 욕을 한다든지, 공격적인 농담과 조롱의 말도 다 상대 배우자의 인격을 모욕시키는 말과 행동들이다. 이런 모욕적인 말들은 사실 그 때 그 순간에 나온 것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오랫동안 불만을 품고 있을 때 나오는 공격적 태도로, 갈등상태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나의 배우자와 하는 말다툼에 상대를 향한 인격적인 모독의 언사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부부관계에 치명적인 병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부부관계도 병이 깊어지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한다.
(213)500-0838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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