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철의 테마여행 - 잔 다르크와 프랑스

2007-10-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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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한이 잔 다르크의 누명 벗겼다

마귀로 몰려 화형 당한지 20년후
어머니가 눈물로 교황에 재판재개 호소

프랑스 사람들은 “파리에서 일하며 루앙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루앙은 그만큼 아름답다.
하늘을 찌르는 빌딩도 없고, 물가 싸고, 깨끗하며 중세기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고색찬란한 타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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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 교회가 있는 루앙의 명동 ‘그로 홀로쥬’ 거리.>

파리에서 테제베(TGV) 급행열차로 1시간 걸리며 역에서 내리면 바로 다운타운 입구다. 몇블럭 걸어가면 ‘그로 홀로쥬’라는 거리가 나오는데 루앙의 명동이라 할수 있다. 이 거리의 동쪽 끝에는 모네가 그려 유명해진 웅장한 노틀담 성당이 있고 서쪽 끝에는 여관과 카페, 생선가게들이 몰려있는 마켓광장이 있다. 이 마켓광장 가운데 현대식 교회건물이 지어져 있는데 이곳이 잔 다르크가 화형당한 곳이다. ‘잔 다르크 교회’로 불리우는 이 성당은 잔 다르크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며 교회옆 100미터 높이의 기념탑이 잔 다르크가 타죽은 바로 그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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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가 불에 타죽은 자리에 세워진 기념탑.>

잔 다르크(사진)는 프랑스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후퇴하는 프랑스군에 여자가 뛰어들어 영국군과 싸우다 포로로 잡혀 화형 당했다면 ‘용감한 군인’ 정도로 기억 되었을 것이다. 잔 다르크의 출현은 그런 의미로 그치지 않는다. 잔 다르크와 나폴레옹, 드골의 일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프랑스의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의 그림이 명확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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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는 프랑스와 영국간에 벌어진 백년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프랑스가 영국의 통치에서 해방되어 전국이 통일되는 계기를 마련 했으며 이로인해 봉건귀족이 몰락하는 촉매역할을 했다. 현재의 프랑스 국토의 일부가 영국 땅이었다고 말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파리근교의 노르망디 지방,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지방은 잔 다르크의 생존 당시(1428년) 영국의 영토 였었다. 프랑스왕 샤를 4세가 후계자 없이 죽자 (1328년) 영국왕실과 프랑스의 오를레앙가, 부르고뉴가에서 자신들에게 왕위 계승권이 있다고 주장해 100년 넘게 계속된 3파전 싸움을 유럽역사에서 ‘백년전쟁’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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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 성당 내부. 유리창에는 그녀의 재판과정이 그려져 있다.>

잔 다르크는 이 3파전 왕위 계승 싸움에서 가장 힘없는 오를레앙가의 샤를 7세를 왕으로 옹립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나타났다. 그녀는 여러 전투에서 승리해 샤를 7세를 프랑스 왕으로 앉히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이 샤를 7세가 후일 영국을 몰아내고 프랑스 통일작업을 이루게 된다. 화가 난 프랑스의 부르고뉴가는 잔 다르크를 사로 잡은후 1만 프랑에 그녀를 영국에 팔아 넘겼다. 잔 다르크는 영국 승려가 주도하는 종교재판에서 하나님을 팔아 샤를 7세를 도운 마녀로 몰려 19세의 젊은 나이에 화형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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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 박물관에 납인형으로 전시된 화형장면.>

당시 정적을 화형에 처하려면 악마로 낙인 찍는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잔 다르크 재판은 그녀가 죽은지 20년후 다시 열렸다. 신앙심 강한 딸이 마귀로 몰려 죽은 것이 너무나 한이 되어 그녀의 어머니 이사벨이 로마교황 칼릭스투스 3세에게 재판재개를 신청한 것이다. 이 재판에서 115명의 증인들이 잔 다르크의 경건한 신앙을 입증했으며 그녀가 나중에 성인으로 추앙되는 자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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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의 마켓광장에 세워진 잔 다르크 교회.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그녀는 마녀로 몰려 이 광장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샤를 7세는 잔 다르크가 부르고뉴가에 사로 잡혔을 때 인질금을 주고 석방 시킬수도 있었으나 그녀의 전쟁강경론을 두려워해 모른척하고 내버려 두었다. 잔 다르크가 배반당한 셈이다. 과
장된 가정이지만 잔 다르크가 출현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유럽지도에 프랑스가 영국 국토로 기록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부터 북서부 프랑스는 영국 땅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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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 박물관 안내판.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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