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2007-10-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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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했던 어느 하루

(따르릉, 따르릉) “네, 안녕하세요! 지구촌 아동 결연 생방송 진행본부입니다. 몇 명의 아동을 결연 후원하시겠습니까? 네, 네. 감사합니다.”
9월29일 토요일, 윌셔에 위치한 라디오서울 제2스튜디오는 힘차게 이어지는 9대의 전화벨 소리와 그 전화를 받는 자원봉사자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마치 꺼져가는 지구촌 아이들의 심장박동에 에너지를 공급하려는 듯 무려 5시간 동안 끊임없이 전화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그 날이 바로 ‘지구촌 아동 결연 특별 생방송’이 진행된 날이었습니다. 전화를 받는 자원봉사자들의 목소리는 감사를 동반한 가슴 벅참에 떨리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이어받아 인터뷰를 하는 제1 스튜디오 진행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평소의 차분한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갖가지 개인적인 후원 동기를 방송을 통해 술회하는 후원자들의 목소리가 유달리 아름다웠던 것은, 오랫동안 미뤄왔던 마음의 해묵은 짐을 이 날의 작은 실천으로 털어버린 후련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토요일 아침을 여는 한인타운 상가 지역에는 일반 자원봉사자들과 이날만큼은 바쁜 일 제쳐두고 ‘일일 자원봉사자’로 나선 한인 사회 유력 인사들로 구성된 ‘지구촌 생명지킴이’의 바쁜 발걸음이 하루 종일 이어졌습니다.
줄지어 늘어선 상점 한 집 한 집을 방문하며 이날의 자원봉사 활동 메뉴로 정해진 ‘사장님 안마 해드리기, 설거지하기, 테이블 닦기’ 등을 주저 없이 수행하며 한 아동의 수호천사로서의 역할을 성심 성의껏 해냈습니다. 물론 이들의 활동은 아동 결연 후원자가 나타날 때마다 생방송 스튜디오로 전화 연결이 이루어져 방송을 청취하는 한인 사회 곳곳에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이 날 하루 동안 무려 413명의 지구촌 아이들이 새로운 한인 수호천사를 만났습니다. 더 이상 굶주린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드는 설움을 겪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분명히 사랑 나눔의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하나의 보편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기꺼이 발품을 팔면서 지구촌 아동들의 대변인을 자청한 분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후원에 참여하신 분들, 전화를 통해 사랑을 나누신 분들…. 여러분 모두가 그날의 히어로였습니다.
나눔의 현장에서 자주 느끼게 되는 감정은 외로움입니다. 그러나 그 날은 여러분들이 계셔 무척이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생방송이 끝난 지 열흘 남짓 지난 오늘도, 사무실을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아직도 그날의 흥분이 잔재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그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일점 부끄러움 없이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박 준 서 /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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