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 꿈과 용기, 그리고 노력

2007-10-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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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유럽의 구전 민담으로 프랑스 동화작가 페로가 ‘재투성이 작은 유리구두’라는 이야기로 정리했고 독일에서는 그림형제가 ‘재투성이’라는 제목으로 동화를 쓴 것으로 전해집니다.
원래의 의도는 아마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세상이 물질만능주의로 흐르다 보니 지금은 신분상승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이야기로 ‘콩쥐팥쥐’라는 구전동화가 전래되어 왔던 것을 보면 문화와 민족의 차이 없이 사람이 생각하는 범위는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5년 전 저는 어떤 학생 하나를 친구에게서 소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학생의 아버님은 목사님 이었고 자신의 가정보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아버지와 늘 남과 비교하여 자신을 꾸짖는 어머니 압박 속에 반항심만 가득하게 된 그 학생은 그런 이유로 가출을 하고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학생의 꿈은 패션 디자이너였지만 장래를 위한 아무런 계획도 없고 준비를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이 처했던 환경과 장래를 생각해 보며 심사숙고 끝에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1년 정도의 수련기간을 통해 프랑스의 패션학교에 입학시킬 생각을 하고 포트폴리오 작업과 불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 학생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스스로 시험을 치러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획득했고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는 동안 부모에 대한 생각도 변화되어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그런 시간이 흐르고 결국 그 학생은 프랑스의 패션학교에 입학을 허락 받았습니다.
그 학생을 프랑스에 혼자 놔두고 돌아설 때 저는 사막 한가운데에 자식을 놓아두고 돌아서는 걱정스런 마음이었지만 그 학생의 자신감이 가득 찬 열정적인 눈망울을 보았을 때 제 마음이 기우였던 것을 느꼈습니다.
3년여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녀가 전화를 해와 피아노를 전공하는 영국 유학생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저는 마치 딸을 시집 보내는 것 같이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 겨울 그 학생 부부가 인사차 학교를 찾아왔고 우리는 마치 헤어져 있던 가족이 만나는 것 같은 기쁨을 맛 보게 되었습니다.
그 학생의 남편이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뉴욕 뮤직스쿨로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저희 학교에서 프랑스 스타일의 패턴을 공부하며 저와 함께 지난날의 추억들을 나누었습 니다.
얼마 전 그녀의 남편에게서 득남을 하였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저는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는 느낌으로 공연히 눈물이 고였습니다.
저는 그 학생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스스로의 환경을 극복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그 학생의 마음가짐이 행복을 탄생시킨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화 속의 주인공이 아닌 현실의 신데렐라는 결코 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려는 의지, 좌절을 이겨내는 용기를 갖추고 땀을 흘리는 노력의 시간이 동반돼야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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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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