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사진도 연예인처럼

2007-10-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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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패밀리 사진 트렌드

싸이 열풍의 반영일까. 아님 디카(디지털 카메라)의 수혜일까. 요즘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진 찍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듯 하다. 꼭 식당에서, 공원에서, 집안에서 혹은 샤핑 몰에서도 두려움 없이 디카를 혹은 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밥 먹고 옷 입는 것처럼 사진 찍기가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엔 스튜디오 촬영이라 하면 결혼과 자녀 돌 때 정도가 전부였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은 결혼 기념일에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하기도 하고, 새집에 이사 가 걸 사진 액자를 만들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기도 한다. 굳이 무슨 날이 아니어도 카메라 앞에 서 포즈 잡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즐긴다. 게다가 요즘 스튜디오 트렌드 역시 잡지 사진을 방불케 하는 스튜디오 세트와 ‘뽀샵’(사진보정 프로그램인 potoshop의 준말을 다시 네티즌들이 붙인 은어)의 놀라운 발전으로 연예인 수준의 작품사진을 찍어내 영상세대의 신세대 엄마들을 열광케 한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가족사진 트렌드를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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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테마 스튜디오로 꾸미고 오픈한 한인타운 한 스튜디오에서 여자아이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 가족사진은 이처럼 아기자기한 소품과 잡지화보 뺨치는 스튜디오 세트를 배경으로 한 촬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잡지 화보 못지 않은 럭서리 스튜디오 세팅
‘뽀샵’디지털화로 스타 부럽지 않은 작품 찍어

■스튜디오의 변신
사진 스튜디오가 변하고 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LA 한인타운 스튜디오들 대부분이 배경만 바꿔가며 조명 맞춰 사진을 찍었다면 최근에 스튜디오가 작은 테마 팍인양 다양한 소품과 가구들을 들여놓고 변신을 꾀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최근 문을 연 파파야(대표 서준영)는 로프트 스튜디오 곳곳에 공원, 아기방, 욕조, 식탁 등 테마가 있는 공간별로 스튜디오를 꾸며 눈길을 끈다. 게다가 지붕 위로 자연채광이 떨어져 사진을 찍으면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어우러져 사진에 따뜻한 색감이 드러나는 게 특징.
서준영 대표는“한국에선 얼마 전부터 이렇게 테마별로 스튜디오를 꾸미는 게 유행”이라며 “마치 자녀는 물론 가족 전부가 연예인 것처럼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배경에서 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고 귀띔한다.
이처럼 화려해진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앨범과 액자도 다채롭고 고급스러워졌다.
예전엔 앨범이라 하면 말 그대로 사진을 꽂는 기능에 불과했다면 요즘은 편집 앨범이라는 이름하에 사진을 책처럼 인쇄해 마치 백화점 캐털로그를 연상시킬 만큼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졌다.
또 앨범 포장도 단순한 책 모양에서 샤핑 백을 연상시키는 케이스에 알록달록한 색상까지 개성강한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파파라치 샷’선호

주름·점 없애는 건 기본 실물보다 예쁘게
자녀와 함께 리마인드 웨딩 촬영도 각광

또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모니터가 가능할 뿐 더러 나중에 찍은 사진들은 자체 웹사이트에 올려 고객에게 패스워드를 줘 자신들의 사진을 열람하고 원하는 사진을 선정할 수 있다.
서 대표는 “웹 서비스는 한국에 있는 조부모와 친척, 친구들이 더 좋아한다”며 “패스워드만 있으면 오늘 찍은 사진을 바로 한국에 있는 친척들도 함께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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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야 스튜디오 세트 중 엄마들이 좋아하는 욕조가 있는 세트.>

■요즘 어떻게 달라졌나
스튜디오뿐 아니라 사진도 달라지고 있다.
워낙 찍고 찍히기에 익숙한 세대다 보니 모델처럼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울 뿐더러 증명사진처럼 나오는 포즈를 거부한다. 오히려 ‘파파라치 샷’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을 찍은 듯 다큐멘터리 분위기 팍팍 나는 사진을 선호한다.
지난달 한인타운 한 스튜디오를 찾은 장정희(39)씨.
뉴저지에 사는 언니네 가족이 오랜만에 LA를 찾아 와 사촌지간인 아이들에게 무슨 추억을 만들어 줄까하다 사진촬영을 계획했다.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세상에 혈육이라고는 달랑 이들 4명인데 이들에게 사진이라는 연계를 만들어 주고 싶어 스튜디오를 찾았다고.
장씨는 “요즘은 사진이 한편의 미술작품 같다”며 “스튜디오도 무대세트 같고 기술도 뛰어나 실물보다 3배쯤은 더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며 웃는다.
그래서 요즘은 고객들이 알아서 ‘뽀샵’을 주문한다는 것이 스튜디오 측의 설명이다.
주름과 점을 없애는 것은 기본이고 큰 바위 얼굴도 연예인 얼굴처럼 만들어 달라고 당당하게 주문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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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앨범도 고급 잡지나 백화점 캐털로그처럼 꾸미는게 인기다.>

■리마인드 웨딩 촬영도 인기
결혼 5주년 혹은 10주년을 맞아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 촬영을 하는 것도 최근 사진촬영 트렌드의 큰 흐름 중 하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 중 간혹 해외 여행 혹은 가까운 곳에서라도 자녀들과 정말 결혼식 자체를 다시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이들은 정말 소수고 큰맘먹고 리마인드 웨딩을 하려는 이들의 열이면 아홉이 기념촬영을 하고 싶어한다.
다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일상에 활력소가 된다는 것이 리마인드 웨딩을 한 신부들의 전언이다. 그뿐인가. 세월과 함께 흰머리 늘어나고 배 나온 남편에게 턱시도 입히고 흐뭇하게 자란 자녀들 옆에 끼고 사진 ‘한 방’찍어 걸어 놓으면 꽃처럼 예쁜 시절 찍은 결혼사진보다 훨씬 뿌듯하다고 이들은 고백한다.
최근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끝낸 최현주(35)씨는 “”더 늙고 주름지기 전 딸아이까지 대동해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촬영했다”며 “처음엔 싫다던 남편도 막상 사진이 나오고 나니까 나보다 더 좋아한다”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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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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