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10-02 (화)
크게 작게
심플 라이프

심플한 것이 좋습니다. 아이폰이니 하는 첨단 기능의 최신형 셀폰이 좋다고는 하지만, 사용하다보면 그저 어디서나 잘 터지고 배터리가 오래 가는 기본형 셀폰이 최고입니다. 전화번호 주소록에 몇 백개 전화번호를 입력해 놓고 찾아 헤매는 것보다, 꼭 필요한 전화번호 8개만 원터치버튼으로 입력해서 연락하는 것이 안전하고 편안합니다. 유행의 물결에 따라 바뀌는 상품보다, 심플하면서 기본 기능이 든든한 물건이 최고의 값어치가 있는 것입니다.
심플 라이프를 원한다면 소유욕을 버려야 합니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삶이 복잡해집니다. 돈과 행복지수는 별개의 관계입니다.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마음 속 평안과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두 벌의 옷도, 두 켤레의 신발도 소유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라는 것입니다.
물론 말 그대로 걸인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유행에 혹해서 필요 없는 것들을 사고 바꾸는 우리들의 ‘물질 중독’ 증세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심플 라이프를 위해서는 폭넓은 대인 관계보다는 깊이 있는 인간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내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함께 나누고 손을 잡아 줄 좋은 친구가 몇 명이나 될까요?
몇 백명씩 모여서 시끌벅적한 결혼식이나 칠순 잔치에는 오래 있고 싶지가 않습니다. 봉투나 하나 놓고 도망치듯 빠져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본인에 의해 정중히 초청을 받은 아담한 결혼식이나 칠순 잔치에는 봉투 하나 달랑 들고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 사람과의 추억을 더듬으면서 어떤 선물이 좋을까 며칠을 샤핑을 다녀도 즐거운 것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적인 교세보다는 깊이 있는 관계가 중요합니다. 작은 교회 목사의 자격지심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같은 교회 교인들의 이름도 모르면서 어떻게 ‘성도의 교제’가 나누어질 수 있을까요?
헌금 봉투 하나 놓고 빠져 나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크고 복잡한 교회보다는 아담하고 심플한 교회가 좋습니다.
심플 라이프의 내면에는 심플한 신앙이 필요합니다. 어린이와도 같은 신앙, 첫사랑을 간직한 믿음이 좋습니다. 선교 훈련은 못 받았어도 옆집의 어려운 이웃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 직분은 못 받았어도 교회 봉사가 하나님을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보이지 않는 부엌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 이들이 진정한 신앙인입니다.
계산된 1만달러의 십일조보다 애틋한 10달러의 유학생의 감사 헌금이 더 아름답습니다.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성경을 따라 착하게 살려고 힘쓰는 것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합니까?
심플 라이프는 우리에게 평안과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신경을 덜 쓰고 부담이 적어지니까 스트레스를 줄이게 됩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한가히 좋은 책을 읽을 수도 있고 평소에 하고 싶던 커뮤니티 자원봉사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이름과 숫자로만 보이던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각 사람이 마음에 느껴지는 인격체로 다가옵니다. 복잡했던 대인 관계들이 인격적인 개인 관계로 바뀌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심플한 라이프,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행복하고 축복된 삶이 아닐까요?

이 용 욱 (목사·하나크리스천센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