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패션가 - 바지도 넉넉한 가을을 따라간다

2007-09-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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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맞이 옷장정리를 계획중이다. 가장 먼저 장롱 깊숙이 넣어야 할 품목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로라이즈(low-riseㆍ밑위가 아주 짧은) 스키니진이다.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의 곡선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노출시키던 이 빅히트 상품들이 더 이상 ‘핫’하지 않은 계절이 도래했다.
한동안 유행의 첨단에 서있던 스키니 스타일이 올 가을엔 엉덩이가 넉넉한 배기스타일에 왕좌를 넘겨줘야 할 형편. 그 어느때 보다 정교한 패턴을 통해 재탄생한 배기 스타일 바지들이 미니멀리즘과 복고주의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감각적인 패션상품으로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얼마전 명동에 문을 연 미국 캐주얼브랜드 갭(Gap) 매장. 전면의 디스플레이 윈도우를 모두 와이드렉으로 채웠다.
매장 직원은 “스키니가 너무 일반화하니까 올 가을엔 오히려 배기팬츠나 통바지가 최신 유행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배기(baggy) 바지는 일반적으로 엉덩이와 넓적다리 위쪽으로 품이 넉넉하고 바지 밑단은 살짝 좁아지는 형태를 일컫는다.
1970년대 파워드레싱 붐을 타고 여성용 바지로 유행했으며 주로 정장류에서 많이 선보인다.
체형의 결점을 가려주되 다소 밋밋한 느낌의 배기바지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봄 열린 2007/08 가을겨울 패션컬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이 잇따라 배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한 상품들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 경향으로 패턴과 소재, 구조적인 디자인을 통해 인체와 옷의 관계 혹은 인체와 옷 사이의 공간을 재해석하고 싶어했던 디자이너들이 원피스와 코트에 이어 급기야 바지에 까지 시선을 돌린 것이다.
이브생로랑이나 발렌시아가 구찌 등이 그 선봉에 선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국내서도 노승은 송자인 정욱준 한상혁 등 젊은 디자이너들이 대열에 동참하면서 내셔널 브랜드에 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스타일은 스키니의 세련미에 배기 스타일의 편안함을 미묘하게 더한 것이다. 밑위가 다소 높아지고 엉덩이와 허벅지는 살짝 여유분이 잡히는 대신 무릎부터 종아리 까지는 기존 스키니 진처럼 날렵하게 몸에 붙는다. 언뜻 봐서는 바지를 힙합 스타일로 조금 내려입은 듯한 느낌이다.
독특한 재단을 통해 엉덩이 쪽에 볼륨을 더한 승마 바지 스타일도 유행상품으로 손꼽힌다. 또 거의 엉덩이에 걸릴 듯 위태롭게 내려가던 바지 허리선이 높아진 것도 눈길을 끈다.
여성의 관능적인 S라인을 살리는 데 굳이 노출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듯 가슴 아래쪽까지 바짝 올라붙은 데다 허리와 엉덩이의 곡선을 따라 몸에 꼭 맞게 재단된 바지는 성숙한 여성미를 표현하는 데 필수 아이템. 여기에 광택이 있는 가느다란 에나멜 벨트를 둘러 대담하게 강조하는 것이 인기 연출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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