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석한복 퓨전을 입다

2007-09-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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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조명되는 우리 옷, 살펴 봤더니

드라마 ‘궁’ 히트 후 황실 의상 인기
저고리 길이 길고 앞섶 넓어진 게 특징

한복이 진화하고 있다. 추석이 코앞이지만 한복 입을 일이 더 없는 미국에서야 한복은 파티 드레스보다도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정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는 듯싶다. 그러나 얼마 전 드라마 ‘궁’ 이후 한국은 물론 젊은 한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퓨전 한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황실 의상을 연상시키는 색상과 소재를 필두로 양장과 접목시킨 퓨전 스타일까지 보다 더 실생활과 밀접하고 트렌디한 스타일로 한복이 이동 중이다. 요즘 퓨전 한복은 원색에 가까운 밝고 화사한 색상이 대세로 여기에 짙고 어두운 색상이 어우러져 강렬한 색상 조합이 눈에 띈다. 또 소재는 한결 다양해졌으며 저고리는 길어지고 고름은 짧아졌다. 최근 유행하는 퓨전 한복의 디자인과 소재, 제대로 입는 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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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 신부인 데니 조·애나 최씨가 최근 유행하는 천연 염색 퓨전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한복 제공=이화 고전방>>

#퓨전 한복 디자인은

퓨전 한복은 색상과 소재, 디테일에서 다양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색상. 원색 계열을 많이 사용해 경쾌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치마는 보라와 녹색, 바다색에 가까운 파란색, 골드, 오렌지 색상이 섞인 붉은 계열 등 명도와 채도가 높은 밝고 화려한 색상이 중심이다. 여기에 연한 미색이나 연분홍, 멜론색 계열의 저고리를 매치, 강렬한 색상 대비를 강조한다. 퓨전 한복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전적인 치마저고리의 개념에서 벗어나 배자를 덧입는 것에서부터 한 벌 옷으로 해서 드레스처럼 입는 경우도 많다.
또 유명 연예인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선보였던 것처럼 그냥 치마만 튜브 탑(tube top·어깨 끈이 없는 디자인) 드레스처럼 입는 것도 그리 낯설지 않게 됐다. 결국 퓨전 한복이라고 하면 전통적인 한복의 개념에서 벗어나 양장과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거나 평복이 아닌 예전 구한말 궁궐에서 입었을 법한 당의를 변형한 디자인들이 주를 이룬다.
또 퓨전 한복의 특징은 극도의 화려함이다. 고급스러운 금박과 은박, 화려한 손수 등이 곳곳에 놓아져 존 갈리아노의 올 가을 컬렉션을 연상시킬 만큼 극단적인 화려함을 자랑한다.  
저고리와 치마 실루엣의 변화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저고리 길이가 길어지고 앞섶이 넓어진 것이 특징이다. 팔을 올려도 속살이 보이지 않아 한결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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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최씨가 결혼식 리셉션 드레스용으로 구입한 한복 드레스를 입고 활짝 웃고 있다. 명주 소재의 튜트 탑 드레스는 주아사(실크) 볼레로를 입어 우아함과 섹시미를 함께 전달한다.

특별한 날 드레스로‘짱’

단아한 자태 살리는 우아함이 매력
LA서는 사계절용 명주깨끼 인기
가급적 목걸이등 액세서리 삼가야

적당한 저고리 품은 입었을 때 뒤품에 손바닥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최근 양장에도 슬림한 디자인이 유행인 것을 반영하듯 열풍이 한복에도 영향을 끼쳐 저고리 품에 변화를 가져 왔다. 체형에 맞춰 저고리 품이 좁아지고 길어졌다. 반면 치마폭은 넉넉해졌다.


#소재는 

한복은 4계절 모두 입을 수 있는 사철깨끼 원단(바느질법을 깨끼로 한다고 하여 깨끼이고, 사계절을 입는다 하여 사철깨끼라 부름)으로 생명주와 생고사(세모시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소재), 갑사류 등의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올해는 복고풍의 영향으로 한국에선 제 계절에 맞는 소재를 사용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겨울에는 모본단과 칠색단, 단도양단 등의 양단 소재, 이른봄과 늦가을에는 명주와 수직 실크 소재, 그 밖의 계절에는 갑사와 속고사 등의 소재가 사용된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한복을 만드는 것 역시 최근 한복의 흐름이다.
그러나 LA에선 겨울에만 입을 수 있는 두꺼운 비단보다는 사시사철 입을 수 있는 명주 깨끼가 단연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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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떻게 입을까
요즘 퓨전 한복은 명절보다는 특별한 날 더 많이 입는 것이 추세. 약혼식용 드레스나 결혼식 리셉션 드레스로 젊은 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애나 최(29)씨는 얼마 전 예산에도 없던 퓨전 한복 드레스를 ‘덜컥’ 구입했다.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바로 구입했다는 최씨는 “일반 드레스와는 달리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자태에 빠졌다”며 “결혼식 후에는 단을 좀 잘라 특별한 날 칵테일 드레스로 입을 수도 있겠다 싶어 구입했다”고 말했다.
만약 다가올 연말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올해 한 벌 장만할 계획이라면 퓨전 한복을 리스트에 올려도 좋을 듯싶다. 궁에서 윤은혜가 입고 나왔던 깜찍하고 우아한 궁궐 스타일이든 요즘들 많이 입는 드레스풍이든 입는 순간 단박에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 확실하다.
이화 고전방 이화 대표는 “한복은 바디라인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감추면서 우아함과 단아한 자태를 살려주는 것이 매력”이라며 “특히 한복 소재에 쓰이는 명주나 실크는 양장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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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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