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 ‘졸업’

2007-09-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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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대학 졸업한 새내기의 방황, 실의
사이몬-가펑글 주제음악이 너무 좋아

방문을 잠그고 거침없이 옷을 벗어 던지는 로빈슨 부인을 앞에 놓고 새파랗게 젊은 더스틴 호프만이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 당황해 하면서 “로빈슨 부인 지금 당신은 날 유혹하려고 하시는 거지요”라고 바보처럼 묻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미 중산층의 위선과 가치관을 우습고도 아프게 풍자한 걸작 드라마다.
40년 전인 1967년에 개봉된 영화지만 세대간 간격과 대학을 막 졸업한 젊은이의 방황과 실망 그리고 시대정신이 요즘 것처럼 느껴지는 보석 같은 영화다.
버클리를 막 졸업한 21세난 벤자민 브래독(호프만)은 LA의 중산층 부모의 집에서 빈둥대며 살면서 아버지의 사업친구인 로빈슨씨로부터 우선 ‘플래스틱’(크레딧카드)부터 갖추라는 조언을 듣는다. 여자 경험이 미숙한 벤자민은 아버지 친구의 섹스에 굶주린 무르익은 중년 아내(앤 밴크로프트가 오스카상 후보-이 역은 당초 도리스 데이가 거절했던 역)로부터 유혹을 받고 함락돼 부인의 섹스 노리개가 된다. 그런데 벤자민이 로빈슨 부인의 청순하고 순진한 딸 일레인(캐서린 로스)을 사랑하게 되면서 문제가 복잡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은 사이몬과 가펑클의 노래들. ‘미시즈 로빈슨’ ‘스카보로 장’ 및 ‘침묵의 소리’ 등이 아름답게 내용을 뒷받침 해준다. 이 사운드트랙 이후 영화를 더욱 대중과 가깝게 연결시키는 수단으로 영화에서 팝뮤직들이 많이 쓰여 졌다. 또 이 영화 때문에 그 뒤로 무수한 청순 영화가 나왔는데 그 어느 것도 ‘졸업’을 따르지 못한다.
어색하고 덤벙대는 벤자민역을 호프만이 뛰어나게 표현,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가 그의 본격적인 극영화 데뷔작인데 출연료는 달랑 7,000달러였다. 벤자민 역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맡으려고 맹렬히 로비를 했지만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영화 경험이 미숙한 호프만을 발탁,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개봉 40주년을 맞아 특별판 DVD가 나왔다. 니콜스의 재미있는 해설과 제작 배경 설명 등이 부록에 있다. R. M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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