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 자연의 섭리와 인생

2007-09-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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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마을에 심겨진 나무는 같은 종류라도 줄기와 가지 등 저마다 생김새가 다릅니다. 그러나 나무에 꽃이 피고 잎이 나고 열매 맺는 시기는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닐 텐데 신기할 만큼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익는 시기 또한 놀라울 만큼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다르면서도 동일하고, 동일한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것이 자연의 모습인가 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길을 갑니다. 서로 생긴 모습이 다른 만큼 각자가 살아나가는 방식이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서로 다르지만 삶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 그리고 즐거움과 괴로움에 있어서는 거의 동일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인생길을 가다가 좋은 길을 선택하면 다행이지만, 좋은 길을 간만큼 좋지 않은 길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험한 길이나 좋지 않은 길을 갈 때에 그 길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복되게도 하고 복되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길을 나만 잘 피해 가거나 돌아가면 그 길에서 나는 아무런 유익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뒤에 오는 이들을 고려해서 그 길을 잘 닦아주면 뒤에 오는 이가 나보다 더 멀리까지 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삶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이들을 일컬어서 도를 닦는 사람들이라고 했나 봅니다.
올 2월에 고추를 심었는데 추운 날씨가 며칠 계속되자 고추가 성장을 멈춘 듯 그 이후에도 잘 자라지를 않고 잎들이 조금씩 오그라든 채 영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조금 지나면 자라면서 괜찮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어릴 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지요. 고추가 냉해를 입어서 오그라지면 없애 버리고 새로 심어먹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 오래 고추를 심어오신 어머니의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성격은 어릴 적에 결정되는 것이 많다고 합니다. 어릴 적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환경에서 지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그러한 만남과 환경이 그 사람의 성격과 인격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에 한번 꼬인 성격은 커서도 좀처럼 풀기가 어렵습니다. 말하고 행동하는 습성은 대체로 어릴 적 형성된 성품과 인격의 표현입니다. 어떤 이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이 오면 끊임없이 남의 탓과 불평과 불만을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려고 하고 그럴 때일수록 겸손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생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를 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왜 그 문제가 생겼는지, 왜 그 문제가 누구와 연관이 있는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들여다보고 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어렵다고 불평과 원망에 사로잡히고 다름 사람의 탓을 하게 되면 그 문제는 그 사람에게 결코 유익한 문제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그와 같은 문제를 계속해서 만나게 됩니다. 대입문제를 잘 풀면 그 다음의 삶인 대학생활로 나아갈 수 있듯이 인생의 문제도 그것을 잘 풀면 그 다음단계로 성숙되어 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먼 옛날 이사야라는 사람은 ‘높은 산을 깎아 골짜기를 메워 평탄케 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환경 파괴적인 말 같지만 구부러지고 뒤틀린 세대의 사람들에게 길을 곧게 하듯이 마음을 곧게 하여 평화 세상을 열라는 말일 것입니다.
지난주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깎아야 할 산과 메워야 할 골짜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만성적으로 식량이 모자라고 수해가 자주 일어나서 그 곳의 사람들이 겪는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그 곳의 벌거벗은 산에 나무를 심는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강도 만나 기진맥진한 북쪽의 사람들이 감당하기엔 아직은 무리이기에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이 일을 위해 나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그 쪽에 나무를 키우는 묘목장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나무 심는 일과 더불어 경제적으로 가장 열악한 함경북도에 농업연구소를 하나 지어서 식량의 자급자족과 경제 자립이 한 협동농장에서 가능한 지를 연구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일 하나하나가 다음 세대와 미래를 위해 길을 닦는 일인 것입니다. 험한 길 닦는 이 일에 참여하시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연락 주십시오. 함께 힘을 모아 조국통일의 길을 열어 나갑시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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