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 정의를 구현하는 정치

2007-09-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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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한 친구는 정치학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지도교수였던 미국의 유명한 정치이론 학자인 피트킨 교수로부터 일갈을 들었다.
이유는 내 친구의 현실정치에 대한 혐오와 절망감이었다.
그 친구는 인간의 끊임없는 권력의 추구와 제도적 한계, 그로 인한 갈등과 음모로 제대로 정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로 인해 논문에 진척이 없을 정도였다.
이윽고 피트킨 교수는 “정치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친구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에게 정치의 미래는 절망이었고, 정치학 공부는 더더구나 헛수고이고, 정치로 이룰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회의감만 있었다.
그때 교수는 정치학자로서 사명감 부족을 일깨우며 “궁극적인 정치의 목적은 ‘정의구현’으로, 그런 신념 없인 정치학자로서 길을 걸을 수 없다”고 제자를 나무랐다.
현재 한국 정치제도는, 구태여 대륙법이나 대륙법에 기초를 둔 제도와 비교하지 않아도, 정치 철학과 정치 가치관의 부재 속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후조와 같다고 여겨진다.
한국의 정치 구조와 제도의 모순은 말뿐인 삼권분립으로 인해 정당정치와 삼권이 모두 대통령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 정서적 현실을 타파할 정신문화와 제도적 분권이 확실히 되어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대통령이나 대통령 중심의 구조와 연관된 실체들이 입법·사법기관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지나, 입법·사법기관 스스로가 움츠려드는 것이 이때까지 한국의 정치 풍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근래에는 개혁 의지가 소장파의 운동으로 가시화 되고 있지만, 그런 관계로 다른 무엇보다도 정서적 분권이 실천되지 않는 것이 큰 이슈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말하는 정서적 현실이나 분권은, 성문법화 되어 있는 법률과 제도를 한국의 정서적 전통과 1945년 이후 내려온 압권 세력에 의한 소수 통치에 젖은 관념적 실태로 지켜나갈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한국은 정당 정치와 행정권의 분립이 확실치 않은 것이 문제점이라 하겠다.
이제는 대통령이 더 이상 당수가 아니지만, 여전히 정당정치와 행정 수반의 연결고리는 강하게 밀착돼 있다.
어느 나라 법이든 완전한 것은 없는 것을 가정할 때, 한국 정치 현실이 좀 더 안정과 성숙을 꾀하고 가치관과 노선이 결여된 분당과 창당의 악순환을 피하고 싶다면, 정치인 개인의 각성과 정당정치 제도에 대한 심각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당정치는 정권을 잡는 것이 최고의 과제일 뿐 아니라, 정당의 가치관과 맞는 입법기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또한 목표이다.
한국의 경우, 정당이 가치관과 이념의 부재뿐만 아니라 정당에 대한 정치인의 자부심과 충성심 또한 결여돼 있다. 그러므로 졸속 신당은 항상 개인의 야심과 야합의 근거를 제공할 분이다.
필자는 꼭 정당정치만이 한국의 정치제도에 대한 답이라고 보지 않는다.
한국의 정치 현실과 역사에 맞는 제도 또는 혁신적 모델로 새로운 제도가 탄생되어, 혁신의 정당과 정치가 ‘정의구현’을 실천하기 바란다.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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