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승욱, 스티비 원더를 만나다

2007-09-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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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를 금요일 저녁에 찾아가지 말고 토요일 오후에 데려갈 수 없을까?”
승욱이 기숙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가 많이 기다릴텐데 그래도 녀석이 주말을 안다니까.” “내일 기숙사에 중요한 행사가 있거든 가수 중에 스티비 원더라고 알지? 내일 기숙사에 스티비 원더가 와서 행사를 하거든.”
어라? 이게 웬일? 들어는 봤나 스티비 원더! 너무 유명한 시각장애 흑인가수를 만날 수 있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토요일 몇 시부터 행사인데? 나도 당연히 참석!! 와우~”
토요일 승욱이 기숙사에 도착하니 벌써 주차할 공간이 없다. 기숙사에 있는 아이들 가족들만 들어올 수 있는 행사라고 해서 그리 많은 사람이 모이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입구부터 북적북적 사람들이 꽤 많이 몰려 있다.
기숙사에 도착해서 승욱이를 데리고 강당에 행사를 진행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역시 빅스타는 제일 마지막 순서에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공식인가보다. 2시간을 기다리니 드디어 스티비 원더가 강단 위에 섰다.
그때 기숙사 디렉터가 나에게 오더니 잠깐 승욱이를 데리고 다른 곳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엥? 사진? 뭔 사진?” 몇 명의 아이를 스티비 원더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해서 승욱이하고 다른 세명을 뽑았다고 했다. 마지막 곡을 다 부르면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승욱, 너 태어나서 제일 유명한 사람을 만나는 거 아냐? 스티비 원더 아저씨라고 엄마가 팬이거든 이게 웬일이냐. 가문의 영광이다 하하하.”
디렉터가 엄마는 좀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승욱이만 사진을 찍고 데리고 오겠다고 승욱이의 손을 잡았다. 일주일 동안 엄마를 기다린 승욱이가 다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손을 잡으니 괴성을 지르며 울기 시작이다. “욱아, 사진만 찍고 와 엄마 여기서 기다릴께.” 내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승욱이가 더 크게 울고 뒹굴기 시작이다. 디렉터가 겨우 스티비 원더 옆에 승욱이를 앉히기는 했는데 너무 울어대니 스태프들이 우는 아이는 사진을 못 찍는다고 다른 아이로 교체를 하자고 했다.
멀리서 보고 있는 난 “어휴. 녀석 웬만하면 찍지.”
스티비 원더가 우는 승욱이를 보며 누가 울고 있냐고 물었다. 재치스런 말투로 승욱이를 달래주려나 보다. 그런데 승욱인 뭐 하는 아저씨인지 알바 없다는 듯 더 크게 울고 발을 구르고 난리가 났다.
결국 승욱이는 퇴장! 스태프의 손에 이끌려 나에게 돌아온 승욱이는 내 손을 잡으니 언제 울었냐는 듯이 헤헤거린다. 난 스태프에게 내가 가지고 온 카메라로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되냐고 물었다. 단번에 거절을 당한 승욱이 엄마. ‘아 자존심 무지 상하네.’
괜히 속상한 마음에 승욱이 머리를 한 대 꽁 쥐어박으니 승욱이가 입을 삐죽거리며 걸어오던 걸음을 멈춰 서 있다. 마치 나에게 ‘엄마, 그게 뭐가 중요해. 유명한 사람하고 사진 찍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해. 내가 저렇게 장애인으로 훌륭하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지 사진 찍는 건 아무 일도 아니잖아’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엄마가 오늘 또 한가지를 배웠다. 중요한 것은 스티비 원더랑 사진 찍는 것이 아니고 스티비 원더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성장하여 좋은 일 많이 하고 밝고 기쁘게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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