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년간‘평화 순례’마친 유니언 신학대 현경 교수

2007-08-24 (금)
크게 작게
“이슬람 체험통해 편견 깼죠”

개종의 대상 아닌 문화인정 이웃돼야

페미니스트 여성 신학자 현경(51) 교수는 일 내는 데는 ‘선수’다.
진보 신학의 명문 미국 유니언신학대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종신 교수가 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불교를 공부하며 머리를 깎고 히말라야에서 수행도 했다.
그것도 모자랐던지, 이번에는 이슬람 종교를 가슴으로 만나기 위해 1년간 15개국을 순례하고 돌아왔다. “예전에도 수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이제야 처음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돈 기분이 든다”가 소감이다.


HSPACE=5

<1년간 15개국을 돌며‘이슬람 평화 순례‘를 한 현경 유니언신학대 교수.>

안식년을 이용해 ‘이슬람 평화 순례‘를 시작한 게 지난해 9월. 터키, 스페인, 모로코,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이란, 파키스탄 등을 거쳐 8월초 인도네시아에서 걸음을 멈췄다.
순례 기간 내내 너무 많이 웃고 또 많이 울었단다. 그래도 얼굴은 평화롭다.
그는 “이슬람과 화해하지 않으면 21세기 세계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종교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슬람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이슬람을 직접 경험해야 할 것 같았다”며 “특히 여성에 집중해 그곳 여성들이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 가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신학교 교수인데 ‘이슬람’을 배우러 간다는 것에 학교가 반대하지 않았을까.
“총장님이 기독교 역사상 15개국을 돌며 이슬람을 배우겠다고 하는 신학자는 제가 처음일 거라고 오히려 격려해주셨어요. 살아서 돌아오라고만 하셨죠.(웃음)”
1년간 순례 길에서 만난 이슬람 여성은 200여명. “이번 여정을 통해 이슬람의 눈으로 세계사를 읽는 법을 배웠고 이슬람 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반했다”고 말한다. 특히 이슬람 여성에 대한 서구의 편견과 비하적 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코란에는 여성이 공부할 권리, 이혼할 권리, 재산을 가질 권리, 심지어는 성적으로 만족하지 못했을 때 남편을 바꿀 권리도 쓰여 있어요. 서구에서는 오랫동안 여성이 재산권을 가지지 못했잖아요. 좋은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은 이슬람 여성은 어떤 종교 속 여성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갖는 거죠.”
그는 “기독교에 다양한 교파가 있는 것처럼 이슬람도 수많은 스펙트럼이 있는데 우리는 이슬람의 한 가지 면만을 본다”면서 “이는 미국의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기독교 미션이 기독교가 우월하다는 생각 속에 이슬람 사람들을 도와주고 개종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 미션은 이슬람인의 이야기를 듣고 배워서 그들과 좋은 이웃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례 길에서 얻은 또 하나의 깨달음은 ‘정원의 법칙’이다.
“인류 역사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와 함께 ‘정원의 법칙’도 있어요. 백만 가지의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조화와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인류가 망하지 않고 살아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이 정원의 법칙을 실현하고 있었죠.”
내년에는 ‘이슬람 평화 순례기’를 모아 미국과 한국에서 책을 출간할 계획이라는 그는 앞으로 ‘종교의 동시 통역사’를 넘어 ‘종교 읽어주는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삶에 체화된 종교, 지금 살아있는 종교를 읽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종교가 여성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종교를 어떻게 활용해야 여성이 꽃피고 커져서 자신 뿐 아니라 세상을 크게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호성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