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2007-08-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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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잖아요!

천붕지통(天崩之痛)이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이란 뜻으로,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자식들이 느끼는 고통을 말합니다.
반대로 부모님 살아 생전에 부모님 손으로 자식을 묻게 하는 것은 가장 큰 불효라고들 말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님이 느끼는 고통은 천붕지통을 훨씬 넘어서는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번째 희생자로 돌아오는 고 심성민씨의 유해를 맞이하며 오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내 가슴이 너무나 저몄습니다.
사지 멀쩡한, 잘 자란 아들이 며칠 동안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선 후 시신으로 돌아오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겠습니까? 그 고통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모두 똑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그 부모들을 비롯하여, 아직도 생사의 기로에 있는 다른 피랍자 가족들의 간절한 호소가 다른 많은 목소리들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지난 조승희 총격 사건 때에도 겪었습니다. 가장 큰 슬픔을 당한 사람들은 사망한 32명의 부모와 가족들인데, 우리 대부분은 그들의 고통과는 전혀 다른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지요.
두 사건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우리 인식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건이 발생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또한 한국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다, 미국의 미네소타 다리 붕괴사건이다 하여 피랍자들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슴에 피멍이 더욱 짙어지는 그 가족들의 아픔이 우리 눈앞에 바로 있습니다. 아내가 잡혀 있고, 두 남매가 모두 억류되어 있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또한 오지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신념의 흔들림 속에서 고통받는 피랍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이 시대의 한국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며, 함께 2002년 월드컵 광장에서 어깨를 걸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던 내 친구요, 아들이요, 딸입니다.
그곳에 간 과정이나, 상황, 목적, 그리고 그들의 구성 면면을 볼 때, 아쉬운 것도 많고, 분통이 터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토론했습니다. 이제 그들의 안전 귀환만을 위해 기도하고, 소망하고, 빌어 주십시오.
설마 자신의 할 말만 던져 놓고 뒤돌아 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그들의 고통까지도 비웃을 만큼 냉정하지는 않으시겠지요?
다시는 방송과 언론을 통해 통곡하는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제 가슴이 저미다 못해 말라붙을 것 같습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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