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슬림 개종’조급증 버려야

2007-08-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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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어떻게 할 것인가

Y목사는 10월 아프가니스탄에 선교사로 부임한다. 최근 아프간에서 한인 단기 선교단이 인질로 잡혔지만, 아프간 사람을 사랑하는 Y목사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목숨 걸고 이민 간다”고 Y목사는 말한다. 선교사 임기는 10년으로 생각하고 떠나지만 Y목사는 “이민 가서 죽을 때까지 살고 싶을 만큼 아프간 국민이 좋다”고 한다.
그런 Y목사를 이슬람 전공자인 김철수 선교사와 필리핀에서 5년간 선교를 했던 손진락 교수(월드미션대 선교학)가 만났다. 이슬람의 종교와 문화를 바로 이해하면서 올바른 선교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신분이 노출되면 위험한 탓에 Y목사는 실명을 쓰지 않았다. 얼굴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슬람은 종교 이전에 그들의 삶이자 문화
제대로 된 훈련 없이 열정만으론 한계
대를 이어가는 자세로 선교 인프라 구축을


―Y: 선교사 파송을 앞두고 지난해 아프간에 처음 갔을 때 내가 거대한 산 앞에 서 있구나 느껴졌다. 그들에게 이슬람교는 종교가 아니라, 삶이요 문화였다. 천년 넘게 하루에 기도를 다섯 번씩 했으니, 오늘도 그것을 전통처럼 따라한다. 그래서 복음은 전해야 하지만, 개종이 능사는 아니다고 깨달았다.
―손: 문화와 종교의 차이를 갖는 게 선교사로서 중요하다. 종교는 문화의 하위 개념이다. 그러니 타문화를 존중한다는 것에는 타종교까지 포함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독교 선교는 배타적이었다. 선교사는 기독교 가치를 타민족에게 전달할 뿐, 그 가치를 수용하는 것은 타민족에게 맡겨야 한다. 현지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
―Y: 내가 만나본 아프간 사람은 다 온순했다. 기독교를 거부하지도 않는다. 탈레반의 주축인 파슈툰 종족만 삐딱하게 기독교를 바라본다. 그러나 개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개종은 한 개인의 양심에 달렸지만, 아프간 문화에서는 가족의 명예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 사람을 마음으로 품을 뿐, 개종하라는 말은 안 하겠다.
―김: 아프간을 비롯해 무슬림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 회심자가 나와서 이슬람 문화가 바뀌려면 수백년이 걸린다. 그러기에 이슬람 선교는 인내심을 갖고 해야 한다. Y목사도 아프간에 도착하면 최소 2년 이상은 아프간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써야 한다. 선교사가 그 사회를 분열시키는 세력이 돼서는 안 된다.
―손: 그런 측면에서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가 선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빨리 빨리’ 주의 때문에 교회는 빨리 개종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니 순교자를 위대하게 바라본다. 개종자가 나오지 않으면 선교비가 끊기는 게 현실이다.
―Y: 선교사를 파송할 때 선교 지경을 넓히는 것으로 교회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이슬람 선교는 몇 대에 걸쳐서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김: 그런 면에서 우리가 선교 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 선교는 역사적 지평에서 이해해야 한다. 역사와 각 시대 속에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선교이고,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나님의 선교 사업에 편승할 수 있다. 선교사 몇 명을 보내고, 단기선교단 몇 명을 내보냈냐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각 교회는 선교사와 단기선교단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 가시적 성취를 위해 일해서는 안 된다. 가면 무조건 다 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손: 선교사도 현지인과 동일한 삶을 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들과 동떨어진 채 ‘선교 왕국’의 삶을 사는 선교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선교에 대한 훈련을 제대로 받고 선교 현장에 나가야 한다. 재교육도 당연히 받아야 한다.
―김: 선교사는 신학 교육만 받아서는 안 된다. 선교사에게 타문화권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송 교회의 리더도 선교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내 지역의 관점을 선교 현장에 적용하려면 안 된다. 그러면 반드시 선교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Y: 1세대 한인 선교사들은 선교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훈련 없는 열정이 결국 문제를 발생시켰다.
―김: 전문성과 숙달이 갈수록 필요해진다. 한국은 서양의 선교를 받아봤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선교를 더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선교 전략과 방법은 10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이제는 정말 고민하는 선교를 할 때다.
―손: 선교 동원가, 선교 훈련가, 선교사의 삼위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네트워킹이 더 필요하고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 그러면 더 효율적인 선교가 가능해질 것이다.
―Y: 아프간에 지어진 고아원의 아이들을 대하며 아프간 사람을 사랑해야겠다고 믿게 됐다. 아프간 사람도 하나님이 사랑하는 백성이다. 그런데 복음이 이해가 안 되는 지역이라 선교하겠다고 마음먹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인질 피랍이 있었다 해도 지금이나 예전이나 위험 수준은 변함이 없다. 개종을 강요하기보다는 아프간이 처한 쓰레기 처리 문제, 환경 오염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그래서 이민을 간다고 생각한다.
―김: 그렇다. 선교사는 대를 이어가며 선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지속성이 그만큼 중요하다. 오늘로 끝낼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민을 간다고 생각하는 Y목사님이 옳다.
―손: 소수 교회가 요란하게 떠들며 선교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많은 선교사는 묵묵하게 선교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 피랍 사태가 있었지만 이는 한국 기독교의 해외 선교가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철수 선교사
-18년째 케냐에서 선교중
-케냐 나이로비 복음주의 신학교 이슬람학 교수
-풀러신학교 선교문화인류학 객원교수

■손진락 교수
-5년간 필리핀에서 선교
-풀러신학교 선교 언어·문화 박사
-샌디에고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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