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게 힘이 된 한 구절

2007-08-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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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된 한 구절

안 애 단 (성공회 신부)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마가복음 1장11절)

마흔에 영국 유학을 떠났다. 10년간 목회를 한 뒤 떠난 유학이라 언어가 가장 어려웠다.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는 일은 그런 대로 할 수 있었지만, 주제를 따라 발표를 하고 생각을 말로 표현해야 하는 세미나는 큰 스트레스였다. 게다가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유학 생활은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중에 에드워드 슈바이처가 쓴 ‘성령’을 읽었다. 그 책을 통해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고 올라오실 때 성령으로 주어진 이 예언의 말씀이 예수님의 자의식과 그의 사역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말씀으로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고,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보내진 하나님의 고난받는 종으로서 소명을 견고히 하시게 되었다.
전에도 알던 말씀이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이 말씀은 바로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그런 뒤 외국 문화와 낯설음에서 오는 두려움과 긴장이 사라지고 자존감이 회복되며 나를 짓누르던 열등감으로부터 점점 벗어났다. 생활과 관계에서 오는 모든 어려움도 새로운 의미가 주어지면서 오히려 주님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다.
집에서 학교로 가려면 공원을 가로질러 약 20분을 걸어가야 했다. 나는 매일 이 말씀을 외우고 묵상하며 그 길을 갔다. 그러면 이 말씀은 내 안에 들어와 그날의 양식이 되어서 자녀 됨의 평안으로 하루하루를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내 안에 힘이 되어 목표했던 유학 과정을 잘 마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하나님은 진정 우리의 모든 필요를 먼저 알고 돌보아주시며 우리에게 맡기신 소명을 이룰 수 있도록 함께 동행해 주시는 좋으신 아버지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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