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암 산악회의 샌버나디노 마운틴 종주기<상>

2007-0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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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암 산악회의 샌버나디노 마운틴 종주기<상>

등산로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설암 산악회원들.

설암 산악회의 샌버나디노 마운틴 종주기<상>

돌무더기로 가득한 실드 피크(Shield Peak)을 오르는 산악 회원들

3000m고봉 9개, 3일간 종주목표로

샌버나디노 마운틴(San Bernardino Mountains)는 LA에서 동쪽으로 약 2시간 거리로 우리가 잘 아는 빅베어(Big Bear) 호수가 포함되는 산맥이다. 남가주에서 장 높은 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최고봉(San Gorgonio 11,502피트, 3,500미터)은 남가주 산악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봉우리이기도하다. 지난 독립기념일 연휴 2박3일 동안 설암 산악회 회원들은 샌버나디노 마운틴을 종주하고 돌아왔다. 설암에서는 1만피트(3,000미터)가 넘는 고봉 9개를 정복하는 목적과 매년 실시하는 존 뮤어 트레일 연습을 겸하여 이번 종주를 실시하였다. 2박3일 산행에 6명, 1박2일에 3명, 당일 산행에 4명 등 총 13명이 참여하였다.

존 뮤어트레일 연습겸해 총13명 참가
100도 넘는 기온속 백팩무게 35파운드

7월2일 월요일 모임장소인 맥도널드(Mentone Mcdonald)로 향하는 차창으로 샌버나디노 산맥의 웅장한 자태가 나타난다. 남가주 인랜드의 7월 온도는 100도를 넘나들듯이 뜨거운 열기를 뿜고 있다. 맥도널드에서 1/3파운드 햄버거를 주문했다. 콜레스테롤, 혈당을 조심해야하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3일정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으로 남기지 않고 먹어치웠다.
잠시 후 만난 일행과 Trailhead에 도착하니 오후 2시30분이다. 부지런히 6마일을 걸어 해가 지기 전에 첫날 야영지인 림버 파인 벤치(Limber Pine Bench)에 도착해야한다. 모두들 35파운드의 백팩 무게로 인해서인지 별 말없이 차분히 올라간다.
본인은 지난해 존 뮤어 트레일 당시 사용한 물건들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물이 없을 가능성에 대비하여 약 6리터(1.5갤런)의 물을 지고 왔다. 2일 동안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 했으나 돌이켜보니 더운 열기로 인하여 물 소모가 생각보다 많았던 산행이었다. 약 3시간에 걸쳐 중간 기착지인 Columbine Spring에 도착하니 물이 담긴 2리터 플래스틱 병 3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1개는 반 정도 남은 것으로 보아 누군가 지나가는 산행인을 위해 놓고간 것 같았다. 오늘 저녁 끓여먹을 물로 사용하기로 하여 박경학 회원이 한 병을 가지고 간다.
약 한 시간 동안 림버 파인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넓고 아늑한 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먼저 물이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스프링에 물이 있느냐에 따라 사용 가능한 물량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15일자 인터넷에 올라온 리포트에 의하면 이곳 림버 파인 스프링스와 High Meadow Springs에 필터 가능한 물이 있다고 보고되어 있었다.
박경학 회원과 함께 0.2마일 거리의 스프링에 도착해보니 모기와 벌레들이 들끓고 물이 거의 말라버린 웅덩이가 있었다. 아무리 정수한다지만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혹시나 하여 물줄기를 찾아보니 50야드 위에 좀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준비한 수통에 물을 채우고 얼굴도 씻었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물이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내려와서 다른 회원들에게 오늘 저녁은 물을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메뉴는 의외로 무척 풍성했는데, 올리브 회원께서 양념 돼지불고기를 4파운드나 갖고 왔다. 여기에 강희광 회원 사모님이 싸주신 각종 밑반찬과 본인의 햇반 2개를 펼치니 진수성찬이다. 화력 좋은 버너에 돼지고기를 익히고 박경학 회원이 특별히 담아온 음료를 곁들이니 산 아래 어떤 식당에서도 이런 별미를 찾을 수 없으리라.
저녁 후 하늘을 올려다보니 방금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은하수와 별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산 아래편으로는 인랜드 엠파이어의 불야성 같은 도시 불빛이 가득이 펼쳐진다. 곰이 나올 것에 대비하여 모든 냄새나는 음식, 세면도구를 곰 박스에 넣고 텐트와 약 20피트 떨어진 곳에 모아두었다. 저녁이 되면서 좀 쌀쌀한듯 하던 샌버나디노 산속도 생각보다 춥지는 않아 침낭 속은 조금 더운 느낌이었다.
다음날 아침 5시30분에 기상했다. 오늘 여정은 지도상 약 10마일이지만 9개의 봉우리 등정에 시간 안배를 해야 하는 관계로 일찍 서두르기로 했다. 어제 저녁을 워낙 포식한 덕에 배가 고프지 않아 누룽지를 조금 끓여 한술씩 뜨고 출발했다. 어제 보아둔 스프링에서 물을 다시 정수해 담아 물 걱정은 없다.
1만피트 고도까지 약 2마일을 올라가는 동안 과연 만나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보이스카웃 차림의 젊은이들이 백팩을 메고 내려온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른 남녀 한 쌍이 내려온다. 남녀노소, 인종에 관계없이 산악인으로서 서로 하이, 굿모닝 인사를 하며 격려를 나눈다.
오전 7시에 샌버나디노 산맥의 서쪽 정점인 워싱턴 모뉴먼트에 도착했다. 1852년 남가주의 측량 기준점을 잡기위해 워싱턴 대령이 부하들을 이끌고 험준한 산을 헤맨 후 돌기둥을 세운 곳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발디산(Mt. Baldy)이 속한 샌개브리얼(San Gabriel) 산맥이 원근이지만 또렷이 보인다. 이젠 지도를 본 경력이 제법 쌓여서인지 산봉우리들의 이름이 일일이 생각나서 짚어 본다. Balden Powell이 가장 뒤에 있고 Dowson, Pine, Baldy, 그리고 앞쪽이 Cucamonga와 Ontratio 봉이던가? 남가주에서 두드러진 산맥은 샌개브리얼, 샌버나디노, 샌하신토인데 어느 한곳을 오르면 멀리서도 나머지 두 산맥을 알아볼 수가 있다.
잠시 후 지난 가을에 들렸던 샌버나디노 피크 아래 도착했다. 9개 피크의 첫 봉우리로 고도 1만649피트로 볼디산보다 조금 높은 곳이다. 다음 봉우리인 샌버나디노 이스트 피크는 산행로에서 보니 좌우측으로 비슷한 봉우리가 있다. 왼편이 나무에 가려있고 더 높은듯 하여 올라 가봤으나 정상에 아무런 표식이 없다. 다시 내려와 우측 봉우리를 올라보니 돌무더기 속에 정상 표지가 있었다.
정상에서면 거의 360도 방향으로 경관이 펼쳐진다.
남서쪽으로는 스모그가 낀 인랜드 엠파이어의 타운과 도로가 펼쳐 보이고 북쪽으로는 산속에 숨어 있지만 푸른 물결이 가득한 빅베어 호수가 보인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우리의 목표인 남가주 최고봉 샌골고니오가 길게 뻗어있다
다음 목표는 앤더슨 피크, 산행로에서 정상까지 약 400피트를 올라가야 하는데 트레일이 없다.
본인은 수년전에 Forsee Creek 트레일을 따라 이곳 피크를 다녀온 적이 있어서 꾀를 부리고 있었는데 앞장서라고 하신다. 할 수 없이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다보니 수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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