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0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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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침묵하며 기도할 때

아프가니스탄 인질 피랍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23명의 순수한 젊은 봉사단을 볼모로 잡아 피 말리는 신경전을 시작한지도 2주가 넘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속보를 듣기 위해 뉴스가 나오는 곳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고 있다.
어려운 이들에게 마음을 모으는 것은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식선을 넘은 수많은 네티즌의 무분별한 악플로 인해 노심초사하는 가족에게 이삼중의 엄청난 고통을 더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통곡기도가 터져 나온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생명을 위협 당하는 극한 상황에 처한 동족을 위하는 마음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비방하는 사람들도 가족이 있는 이들일텐데 사랑하는 가족을 기다리며 눈물로 밤을 지새는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그렇게 함부로 떠들며 흥분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인질로 끌려간 이들의 먼 친척이라도 된다면 그들의 반응이 어떠했을까?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은 물론이고, 종교인이든 아니든 우선 ‘제발 살려만 주세요!’라는 기도를 쉬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본질과 비본질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해진다. 지금 당장 21명의 생명이 풍전등화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2명의 희생자가 생겼고 앞으로 어떤 돌발사태가 벌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의 한계가 역력하게 보이기에 전능하신 하나님께 집중하며 지혜를 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은 바로 ‘기도’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남은 21명의 젊은 봉사단을 살려내야만 한다. 이미 대통령 특사가 파견되었고 분초를 다투는 숨막히는 협상이 진행중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고난의 시간이다. 고난의 때엔 침묵하고 기도해야 한다. 보이는 싸움 뒤에는 보이지 않는 영적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전쟁보다 보이지 않는 영적 전쟁은 훨씬 더 치열하고 터프하다. 보이지 않는 전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간섭하시길 강청할 뿐이다.
우리 민족은 전쟁을 많이 치른 민족이다. 수많은 혹독한 역경과 환란을 지나면서 그 어느 민족보다 강인한 민족성을 소유하게 된 우수한 민족이 되었다. 그러나 민족끼리 분단과 냉전이라는 격동의 시대가 이어지면서 마음속엔 엄청난 한과 눈물이 쌓여졌다. 그런 와중에도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놀라운 신화를 이룩한 자랑스런 조국을 기억하자.
‘부담은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사명은 무엇일까? 그 사명을 위해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만 할 것인가? 과거 어려운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는가? 잠시 입을 다물고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이다. 부족한 나의 모습도 돌아보고, 특히 피납자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인지상정’이요, ‘역지사지’이다.
피부가 다른 타민족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하며 애쓰는데 우린 그들의 피붙이가 아닌가? 21명이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해서 기도손 모아 엎드려야만 하지 않을까? 오늘도 피 말리는 전쟁으로 가슴을 쓸어 내리는 피납자들과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이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도 드린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아가서 8장6절)

정 한 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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