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질 피살’절망속 희망 가져야

2007-0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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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피살’절망속 희망 가져야

손삼석 신부는 “한국 일부 종교인의 배타적 자세를 지양하고 타종교도 동반자로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백삼위성당서 신약 특강 가진
손삼석 신부

초대교회의 모습 나타난
고린도서 통해
이민 사목의 문제점 짚어

2001년부터 6년간 부산가톨릭대학 총장을 맡았던 손삼석 요셉 신부가 7월23∼27일 백삼위한인성당(주임신부 박상대 마르코)에서 신약성경 특강을 가졌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손 신부는 닷새동안 고린도 전후서와 요한복음을 강의했다. 1월 퇴임한 뒤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손 신부는 총장 재직 시절 같은 학교에서 교목처장으로 일했던 박 신부와 인연으로 토랜스를 찾았다.
― 신약성경 27권 중 세 권을 택한 이유는?
“고린도서는 초대교회 상황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도 바오로가 고린도서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50∼55년에는 초대교회가 매우 불안했다. 특히 고린도는 항구 도시로 윤리적으로 타락했다. 오늘날 교회와 상황이 비슷하다. 특히 분열이 많고 교회 안에서 화목이 잘 안 되는 이민 사목 현장에서 고린도를 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말씀에 목말라하는 이민자를 위해 말씀으로 시작하는 요한복음을 골랐다.”
― 도올 김용옥이 구약 폐기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2,000년 전 성경 말씀을 현재 시점에서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법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지금에는 안 맞는 게 있을 수 있다. 창세기 역시 당시 유대인의 우주관과 세계관에 맞춰 쓰여졌기에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성경 기자들이 왜 이렇게 썼을까 하는 신앙고백을 찾는 거다. 저자가 고백하는 신앙의 진심을 알게 되면 하느님 계시는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 성서에 흐르는 진리는 무엇인가?
“사랑이다. 그 중에서도 이웃 사랑이다. 요한의 편지에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적고 있지 않나. 하느님은 한번도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이웃과 형제를 사랑하면 그게 하느님 사랑으로 연결된다. 현대는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이웃 배려가 적어지고 있다. 성경의 말씀대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 하느님 뜻에 가장 많이 위배되는 현대인의 행동은 무엇인가?
“과학기술이 인간의 유전자까지 건드리는 건 문제다. 생명에 관한 한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온다. 인간이 배아 복제 등 생명을 건드리는 건 분명 재앙이다. 설령 인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하느님의 마지막 영역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 바벨탑도 고대인이 하느님께 도전하다 멸망한 이야기 아닌가. 생태계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인데, 우리가 환경을 파괴해 스스로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인질이 살해된 것에도 하느님의 뜻이 담겨있나?
“신앙인은 똑같은 일을 당해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야 한다. 신앙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예수님 죽음 앞에서 사도와 제자들도 절망해 다 도망갔다가 부활을 통해 다시 희망을 갖지 않았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인질 살해를 당장은 해석하기 어렵겠지만 결코 하느님은 그 죽음을 헛되게 내버려두시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라도 열매를 맺을 것이다. 지금 죽음 앞에서 분노하고 복수를 말하지만 우리의 희망과 태도가 중요하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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