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 모기지 신청자 절반은 ‘퇴짜’

2007-08-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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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장만 1990년대초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

요즘 이라크 바그다드의 기온은 120도에 가깝다. 30대 초반의 피터 허드슨은 18개월 계약을 맺고 바그다드 ‘그린 존’ 밖에서 개인과 기업의 안전을 책임지는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허드슨은 왜 위험하고 무더운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나? 그는 “미국에 돌아와 수영장이 딸린 집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일하는 동안 일년에 여섯 자리 숫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똑 같은 일을 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에서 버는 것 보다 두 배나 많은 금액이다.

렌더들 무주택자들에게
더 좋은 크레딧 점수와 더 많은 은행잔고 요구
다운 페이먼트 마련 위해
투잡 뛰거나 타주로 이사하는 사례 비일비재


무주택자들의 주택 장만이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캘리포니아, 뉴욕, 플로리다주 등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의 급등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에 따른 렌더들의 융자기준 강화 및 모기지 금리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주택을 처음으로 구입한 사람들의 50%가 다운페이먼트를 지불하지 않았다. 주택 재구입자들의 20%가 ‘노 다운페이먼트’를 선택한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나머지 첫 주택 구입자들은 평균적으로 주택 가격의 2%만을 다운페이먼트로 내고 주택 장만의 꿈을 이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 이면에는 주택 가격의 급등이 내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마이애미의 중간 주택 가격은 2003년 이후 15만5,000달러에서 40만달러로 올랐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무주택자들의 꿈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주택 가격의 앙등 외에도 렌더들이 무주택자들에게 보다 좋은 크레딧 스코어와 넉넉한 은행 잔고 등을 요구하는 등 융자의 기준을 높인 것도 이들의 주택 장만의 꿈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샌디에고 ‘퍼스트 캐피털 모기지’는 “우리의 경우 첫 주택 구입자의 모기지 신청 중 절반 정도가 거부 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 장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것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많은 무주택자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어려운 일은 아니더라도 주택 장만을 위한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기 위해 비상식적인 일을 벌인다.
이들은 은퇴를 대비해 모았던 돈주머니를 풀거나 두개의 일자리를 갖거나 타주로 이사하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여성 크리스타 슈로데커가 지난해 워싱턴 DC를 떠나 신시내티에 정착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오른 주택 가격 때문이었다. 비즈니스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그는 최근 20%를 다운페이먼트로 내는 등 가장 전형적인 방법으로 처음 콘도미니엄을 구입했다. 그는 “워싱턴 DC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많은 빚을 지지 않고 집을 장만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애미 소재 한 인쇄회사에 다니던 30대 독신 남성 채드 모스칼을 지난해 여름 시카고의 부모 집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는 “크기와 형태가 비슷할 때 시카고의 주택 가격이 마이애미보다 싼 편”이라고 말했다.
전국 주택 시장에는 매물로 나오는 주택이 늘어나면서 매매에 있어 바이어들이 손에 칼자루를 쥐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주택자들은 90년대 초반 이후 주택을 장만하기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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