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게임위 더이상 금기는 없다

2007-08-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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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설, 폭력 등 소재 게임 잇따라 심의 통과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가 이전의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시절에 비해 한결 유연해진 심의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최근 세계적 게임업체 EA의 올 하반기 1인칭슈팅(FPS)게임 기대작 `크라이시스’에 대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적용, 심의를 통과시켰다.


`크라이시스’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외계 운석이 떨어진 한 섬을 점령한 북한군과 미국 특수부대 요원과의 전투를 시작으로, 이들이 동맹을 맺고 외계 생명체에 맞서 싸우는 등 북한을 정면으로 게임 소재로 다뤄 영등위 시절의 전례에 비춰 국내 심의 통과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게임위는 이 같은 예상과 달리 국가보안법상 명백한 위법의 소지가 없다는 `유연한’ 기준을 적용해 `크라이시스’에 등급을 부여했다.

심의기준의 변화는 비단 정치적 소재를 넘어 폭력적이거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성인물에 대한 심의결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해말 반사회적인 범죄를 묘사해 폭력적 게임의 대명사격으로 통하는 `GTA’ 시리즈 최신작을 심의 통과시킨 데 이어, 올들어서도 외설적이거나 잔혹한 콘텐츠를 담는 등 성인용 게임을 표방한 `판게아’와 `레퀴엠’, `다크니스’ 등에 대해서도 예상을 깨고 별다른 문제없이 등급을 부여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과거 금기시되던 소재들이 점차 양성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게임산업진흥법의 개정으로 등급 분류 거부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정 게임산업진흥법은 사행성 게임이나 허위 등급 분류 신청, 신청 자격 미달 등의 경우, 또는 기타 법의 규율 대상이 아닌 경우 명확한 이유 없이 등급 분류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해 예전처럼 `미풍양속’ 등 불분명한 기준으로 등급이 나지 않는 경우가 원천봉쇄됐다.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성숙하고 이용자층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사행성 콘텐츠를 제외한 게임에 대해 국가가 일일이 규제, 간섭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며 사회적 통념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게임이 아니라면 성인 등 게임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슷한 경제수준의 국가 또는 다른 장르의 문화 콘텐츠와 비교할 때 이 같은 변화는 뒤늦은 감마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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