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Marriage Encounter 운동

2007-07-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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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iage Encounter 운동

남가주 한인 ME 운동본부의 최광경 신부(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태호·복수 부부, 이기현·정혜 부부, 김정웅·춘자 부부. <진천규 기자>

올해로 25주년

속마음 전달·상대 이해법 통해 친밀해지게
1,717쌍 참여‘변화’… 새달 11일 기념미사

#1
“1980년 이민 와 적응하느라 어려웠어요. 부부 갈등도 심해졌어요. 그런데 이 운동을 통해 배우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법을 배웠어요. 느낌을 서로 얘기하니,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어요.”(김정웅·춘자 부부)


#2
“남편은 경상도 출신이라 대화하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자기 말만 하고 제 말을 듣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이 운동에 다녀온 뒤에는 남편의 일방적 명령이 줄어들었어요. 대신 속마음을 다 얘기하더군요.”(이기현·정혜 부부)

#3
“이 운동을 경험하기 전에는 부부였지만 나 중심으로 모든 걸 해석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배우자를 배려하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이려고 생각하니 부부 싸움도 줄어들었어요.”(한태호·복수 부부)

세 부부가 공통으로 말하는 운동이란 ‘ME’다. 결혼한 부부가 대화를 통해 더욱 깊고 친밀한 관계로 성장해 하느님 계획대로 사랑의 일치를 꾀하도록 하는 게 ME(Marri-age Encounter)운동이다.
이 ME운동이 남가주 한인 가톨릭에 자리잡은 게 올해로 25년이 됐다. 82년 첫 주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8차에 걸쳐 1,717쌍이 ME운동을 경험했다.
ME운동을 지도하고 있는 최광경 신부는 “부부가 진정한 대화를 통해 사랑을 나눠서 아름다운 모습이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씨앗이 되자는 게 ME의 참뜻”이라며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도 대개는 회화를 하지 대화를 하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1952년 스페인 가브리엑 칼보 신부가 청소년 교육을 위해 부모를 교육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ME운동을 시작했다. 1967년 미국 노틀담 대학에 건너온 뒤 ME운동은 제대로 꽃을 피웠다. 청소년 문제는 결국 잘못된 부부에게서 비롯됐다는 게 ME의 시발점이다.
ME운동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매년 2, 5, 9월에 ‘첫 주말 피정’(2박3일)을 지낸 뒤 ‘함께 하는 여정’과 ‘ME 심화’를 거친다. 한태호씨(ME 섹션19 대표)는 “핵심은 속마음을 어떻게 배우자에게 제대로 전달한 것인가와 어떻게 잘 알아들을까 익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생활에서는 ‘10-10’을 계속 실천해야 한다. 매일 10분간 사랑의 편지를 쓰고, 10분간 대화를 한다는 뜻이다. 대화에서는 ‘별 일 없었어’ 식의 일상적 현상을 나누는 게 아니라 느낌과 감정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 이기현씨(남가주 ME대표)는 “부부가 언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 같으면 아이들이 ‘빨리 10-10 하세요’라고 말해, 감정이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브라질에서 ME운동을 했을 때다. 평생 사랑한다는 말 한번 하지 않고 살던 78세 노부부가 참가했다. 교육을 받은 뒤 모든 참가자 앞에서 “사랑한다, 여보”라고 말하자 모두가 울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ME운동이 ‘결혼의 막장에 다다른’ 부부를 위한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일상적 삶을 사는 부부가 더 사랑하도록 이끄는 게 본 목적이지, 막다른 골목에서 탈출시키는 비법을 전수하는 건 아니다”고 최 신부는 말한다. ‘Good 부부’를 ‘Better 부부’로 만든다는 뜻이라고 이씨가 덧붙인다.
ME운동을 받고 난 부부는 어디 가서도 눈에 띈다고 김정웅씨(남가주 ME 1기 대표)는 전한다. ‘닭살 커플’을 보면 여지없이 ME 출신이라고. 부부가 행복해지면 사회가 밝아지지 않겠냐고 김씨는 말한다.
한편 남가주 ME운동 25주년을 기념해 8월11일 오전 10시 휘티어 내로우스 팍에서 미사와 기념식이 열린다. 장소 750 N. Santa Anita Ave., South 띠 Monte. 문의 (714) 510-4372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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