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 이슬람의 딜레마

2007-07-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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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기 즈음 무슬림이 종교에 의한 정치를 통해서 막강한 권력집단과 문화권을 형성했습니다. 그 때 유럽인은 무슬림에 비해서 크게 뒤떨어져 있었습니다. 유럽은 12∼13세기에야 겨우 이슬람의 세력을 따라잡았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세력 팽창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막강했습니다. 16세기에 유럽은 내부로부터 대변혁의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세력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유럽은 13세기말부터 16세기까지 교육, 정치, 경제, 산업, 과학에서 쉬지 않는 변화와 발전 과정을 거쳐 세계 제패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유럽인은 그 당시부터 세계를 불변의 법칙에 의해서 지배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농경문화가 만든 보수적인 사회는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없었으나 경제의 기반을 농경의 잉여생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산업과 유통을 개척하던 유럽은 세계를 개척의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의학, 항해, 농업, 공업에서 중단 없는 발전과 새롭고 혁명적인 발명들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무슬림은 자기 내부의 변혁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오랫동안 농경과 약탈이라는 원시적인 수단에 안주했습니다. 유럽의 팽창 세력이 중동으로 확대되어 내려오자 그들은 당혹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스만 터키 제국은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군대를 유럽식으로 개편하고 사회개혁을 시도했으나 피상적인 노력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유럽이 3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문맹률을 줄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국민을 과학적, 경제적, 사회적 인력 자산으로 만들어 낸 결과를 무슬림이 일시적인 개혁으로 얻어낼 도리가 없었습니다. 결국 무슬림은 유럽의 지배 아래 제각기 현대 독립국가로 출발하였지만 서구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지고 말았습니다.
무슬림은 자기 종교를 통해서 완전한 사회가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수천년 전 종교가 현대의 복잡한 정치구조를 소화해 낼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자기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민족을 상대해야하는 현실에서 모슬렘 종교만을 고집하고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세계와 화목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럼에도 무슬림은 아직도 이 틀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높은 문맹률, 사회과학의 몰이해, 역사관의 결핍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이런 현실을 감안한 모슬렘의 일부 지도자들이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려 하고, 권력으로 사회개혁을 추구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였습니다. 국민을 깨우는 일에는 단시간의 지름길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딜레마에서 지금 현대 무슬림은 서구 세력을 테러라는 폭력으로 막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무슬림은 테러의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 폭탄으로 자기를 희생하면 천국에서 수많은 여성과 안락한 삶이 보장된다는 일부 극단 모슬렘 지도자의 허황된 가르침에 국민이 속는 한, 무슬림의 딜레마는 더 깊어만 갈 것입니다.
한 국가나 종족이 역사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민족의 부단한 교육과 문화 발전, 정치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은 금방 해결될 수 없습니다.
또한 신앙의 문제가 있습니다. 신실한 신앙이 개인의 삶을 구원해 주기도 하지만, 신앙이 그 시대의 합리성을 벗어나 맹종으로 사람들을 이끌 때, 개인, 가정, 사회, 국가에 문제가 야기됩니다. 더구나 한 국가나 민족이 특정 종교의 틀에 매여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좁아지고 타민족을 이해하지 못할 때, 그들은 세계와 불화하고 스스로가 불행해집니다. 그것을 오늘 무슬림의 딜레마가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현대국가로서 역사가 일천하고 아직 세계성이 풍부하지 못한 오늘 우리 한국인에게도 무슬림의 딜레마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송 순 태 (해외동포 원호기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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