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부동산은 영원하다

2007-07-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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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 들어서자 진한 솔향내가 흠씬 코끝에 와 닿았다. 온몸에 스미는 산의 정취가 이내 전신에 퍼지면서 구석구석 찌든 노폐물을 씻어 내린다. 토팽가 캐년 주립공원(Topanga Canyon State Park)의 등산로 지도를 살펴본 뒤 서쪽 방향으로 4.8마일의 코스를 택했다. 로스앤젤레스 서편 산타모니카 해변길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타모니카 산줄기. 해발 3100피트(약930미터)의 고도 위에 닦아 놓은 총30마일의 긴 등산코스가 펼쳐져 있다. 숲의 정기를 깊이 들여 마시고 난 뒤 푸르름에 젖어 날 듯이 가벼운 몸으로 발을 내딛는다.
계곡에는 떡갈나무와 덤불이 어우러져 푸른빛에 뒤섞인 갈색이 그대로 수채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산의 오후는 따가운 여름이었다. 태양은 아득히 먼 거리에서 땅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햇살을 내리고 지구는 자신의 몸을 비스듬히 회전시켜 만물에게 사계절을 준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 신비롭다. 바다와 육지로 지구를 나뉘되 달과 물과 불의 변화로 갖가지 날씨를 만들어 내며 상생의 역할을 유지시킨다는 자연의 법칙이 또한 창조주의 힘으로 느껴졌다. 두시간 정도를 걸어 나간 끝에 산등성이를 돌아 나가자 탁트인 바다가 파도처럼 가슴의 창을 밀치고 들어선다. 태평양이다. 발 아래 말리부 비치의 전경이 시원하게 들어오면서 몸은 이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솜털처럼 구름 위를 떠간다. 멀리 은백색으로 빛을 받아 수정처럼 반짝이며 무언의 물결로 육지를 향해 소근대는 바다.
인간은 이 땅에서 살다가 때가 되면 떠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땅 덩어리 자체는 태초에 생겨나 숱한 세월을 거쳐왔으며 앞으로도 무궁한 시간대에 걸쳐 존재할 것이다. 부동산의 근원은 땅이다. 토지는 시간이 지나도 소모품처럼 닳아 없어지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부동산학에서는 ‘영속성(永續性)’이라 표현하며 그래서 움직이지 않는 재산인 부동산을 안정적인 투자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부동산은 이제까지 3차원의 공간으로 진화했다. 가로와 세로로 구성되는 면적의 개념에서 벗어나 높이인 지상공간과 지하의 암반까지 포함되는 3차원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4차원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물리적 의미에서의 4차원은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처음으로 얻어졌다. 그는 갈릴레오의 상대성 이론이 제기한 3차원 공간 개념을 수정하고 시간과 공간을 포함하는 4차원 시공(時空) 개념을 바탕으로 한 상대성 이론을 만들어 냈다. 이처럼 물리학에서는 3차원 공간과 시간의 원리가 결합한 것을 가정해 4차원 시공간(時空間, space-time)이라고 부르는데 미래의 부동산은 추가로 우주 영역까지 진출하는 무한 공간의 개념으로 확장될 것이다.
식물은 토지로부터 무색무취의 순수한 액체인 물을 끌어 올려 뜨거운 태양빛을 소재로 잎을 푸르게 가꾸고 과실과 꽃이라는 열매를 맺을 뿐더러 궁극적으로 나무는 인간의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전수한다. 목재와 과실과 약초 그리고 향료에 이르기까지. 또한 바람의 힘으로 꽃은 생식하고 그 씨앗를 퍼뜨린다. 바다를 뒤에 두고 돌아가는 길. 해가 서편에 기울면서 산밑에 땅거미를 길게 드리운다. 산이 산으로서 그렇게 살아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원천적인 힘의 뿌리는 역시 태양에 있다. 우주의 중심에 서서 영구 불변의 빛을 내며 모든 행성의 진로를 관장하는 자, 소리쳐 안으로부터 구도의 신, 태양을 부른다. 지금 석양은 바다에 지고 산은 밤을 맞아 산짐승에게 아침을 부르지만 필자는 저무는 태양의 하루 해가 못내 아쉬워 몸을 태우는 절규로 태양을 부른다. 지구 저편 바다위에 또 다른 아침으로 태어날 불멸의 햇살을 그리면서 목메어 모국의 아침을 부른다. 태초(太初)를 부른다.
태양이여! 나의 사랑이여!
우리의 꿈, 내일이여-.
“독자님들, 그 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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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아르누보씨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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