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보신학자들이 펼치는 ‘예수 운동’

2007-07-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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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학자들이 펼치는 ‘예수 운동’

역사 의식을 갖고 성경을 해석하고자 하는 진보신학을 하고 있는 한인철(왼쪽부터), 김준우, 홍정수, 박원일 박사. <진천규 기자>

“예수님은 신이 된 참사람”

하나님만을 철저히 믿고 그분의 뜻 따라 십자가 져
“우리도 예수의 길 따라서 하나님 나라 본질 회복해야”

“스타벅스에 고객이 많이 오자 샌드위치도 팝니다. 그럼 스타벅스가 샌드위치 가게일까요? 그래도 스타벅스는 커피 체인이죠. 그것처럼 교회도 결국은 예수죠. 그런데 자꾸 예수가 아닌 샌드위치를 중시하는 교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홍정수(한아름교회 목사), 김준우(한국기독교연구소장), 한인철(연세대 교목실장), 박원일(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 교수) 박사.
출신학교도 다르지만 네 명은 ‘예수는 참사람이 돼 신이 됐다’는 공통 관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예수가 돼야 한다’며 ‘예수 운동(movement)’을 벌이고 있다.
김 소장은 “오늘날 교회가 급격히 쇠퇴하는 있는데, 결정적 이유는 교회가 완악해진 탓”이라며 “예수도 완악해진 유대교에 맞서다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소장은 예수가 몸 바쳤던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회복하자고 강조한다.
김 소장은 “예수는 로마 황제의 나라에 반대해 이 땅에 하나님의 제국을 건설하고자 했다”며 “서로가 낮추고, 서로를 돌보고 섬기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게 하나님 나라의 질서”라고 말했다.
그런데 거대함에 맞설 수 있었던 예수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홍 박사는 예수 안에서 하나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 삶의 동인은 철저하게 하나님을 믿고 그 분의 뜻대로 살려고 한 것이다. 성경 속 하나님이 늘 지배 문화에 맞서 싸웠기에 예수도 그럴 수 있었다. 그것을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과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한 실장은 말한다. ‘기계적인 하나님’에서 ‘인격적 하나님’으로 다르게 봐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기도만 하면 하나님이 다 들으시고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준다고 믿는다. 우리는 노력도 안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음료수가 필요할 때 자판기를 누르는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을 기계적으로 보게 되는데, 이는 문제다. 대신 하나님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고, 우리는 그 뜻을 붙잡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인격적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럼 왜 이들은 예수를 인간으로 보고 출발할까. 박 교수는 “예수의 신성을 너무 강조하면 예수는 신이었기 때문에 그 모든 고통을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 할 수 없다고 처음부터 결론을 내리게 된다”고 말한다.
“예수도 한 인간으로서 하나님을 믿고 참사람의 길을 가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삶의 최고 경지에 다다랐고, 거기서 신성이 발휘됐다. 우리도 예수가 졌던 십자가를 메고 따라가면 참인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길이 따라가기 힘드니깐 교회도 예수를 부르짖지 않는다. 그저 찬양과 경배만 드린다.”
홍 박사는 “예수가 병자, 빈자, 약자, 무식자를 위해 몸을 바쳤던 것처럼, 우리도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면 모두가 하나님의 파트너가 된다”며 “예수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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