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홀사모 자녀들 “미국행 꿈만 같아”

2007-07-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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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사모 자녀들 “미국행 꿈만 같아”

정우성 세계선교교회 목사(앞줄 왼쪽)와 정한나 사모(오른쪽서 세번째)의 초청으로 미국 땅을 처음 밟은 홀사모 가정의 자녀들이 들뜬 표정이다.

세계선교교회 정한나 사모
“넓은 세상 보여주자”추진

“돕겠다”십시일반 정성 모여
11명 미국캠프 초청‘첫 결실’

목사였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서 크는 어린 학생에게 몇백만원씩 드는 미국 캠프란 ‘오르지 못할 나무’가 아닐까. 그래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나무가 갑자기 낮아졌다. 설마 했는데 ‘꿈땅 프로젝트’를 딛고 나무에 기어코 올랐다. 홀사모 자녀 11명이 한국과 중국 옌벤에서 3주간 미국 캠프에 참가하게 된 거다.
드림랜드를 뜻하는 꿈땅에 제일 먼저 씨를 뿌린 건 정한나 세계선교교회 사모다. 정 사모는 목사 남편을 잃고 한국의 농어촌에서 어렵게 자녀를 키우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의 홀사모를 4년 전부터 돕고 있다.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국 현실에서 방 한 칸도 없이 사는 홀사모에게 방값을 보내왔다.
그러다 홀사모 자녀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꿈이 2년 반 전 처음으로 정 사모의 마음에 생겼다. 적지 않은 돈이 드는 탓에 사그라지던 꿈이 지난해 한국에 갔을 때 다시 살아났다. 서울에도 한번 못 와 본 아이들이 태반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첫 결실은 지난해 11월에 맺어졌다. LA에 사는 한 분이 디즈니랜드 입장권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고무돼 정 사모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꿈땅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얼마 뒤 큰딸이 UC샌디에고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 학자금으로 모아뒀던 5,000달러를 쓸 수 있게 됐다. 웹사이트에서 글을 보고 여기저기서 후원자가 나타났다. 한 명당 3,500달러가 드는 비용이 십시일반으로 마련됐다.
“누구 하나 잘 살아서 후원하신 게 아니에요.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큰 거였죠.”
이 소식을 듣고 시미밸리의 그레이스 브레드런 스쿨도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3주 동안 캠프에 참가할 때 학교의 학부모 집에서 무료 홈스테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인 홀사모 학생들은 모두 백인 가정에서 미국 친구들과 함께 묵을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이 관광 비자를 받는 것도 일사천리였다. 아버지도 없고, 가정 형편도 어렵고, 어린 학생에게는 원래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게 주한미대사관의 방침이지만 예외가 적용됐다. 그레이스 브레드런 스쿨의 교장이 학생들을 꼭 한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편지를 대사관에 보냈다. 그 덕택에 전국에 흩어져 있던 학생들은 영사실에 따로 모여 “미국 가서 꿈을 가지고 돌아 오라”는 말을 듣고 비자를 받았다.
16일 LA에 도착한 홀사모 자녀들은 3박4일간 프레즈노, 샌프란시스코, 그랜드캐년 등을 둘러본 뒤 8월9일까지 캠프에 참가한다. 다들 “재미난 곳에 가고 싶다”며 들뜬 표정이다.
정 사모는 “이번에 다녀간 어린 학생들이 15년 뒤 장성해서는 조국을 살리는 리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곳에서 꿈을 잘 키운 뒤 커서는 다른 어린이를 도울 수 있는 위치에 다다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사모는 “올해는 홀사모 가정에서 맏이가 왔는데, 내년에는 둘째를 초청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15명 이상이 오게 되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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