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2007-07-17 (화)
크게 작게
나눔은 가진 것을 쪼개는 작업

독일의 위대한 문호, 괴테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유명한 시 구절을 남겼습니다. 대학 시절,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던 친구는 이 시구를 변형해 “탱탱 불은 라면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않는다”며 자취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괴테의 그 시 구절이 월드비전에 근무한 이후 뇌리를 떠나지 않고 맴도는 이유는 후원자 중 많은 분들이 결코 잘 살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넘쳐서 누구를 돕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쪼개어 자신의 몫을 나누어 돕기 때문입니다.
한국 월드비전에 근무할 당시 받았던 엽서 한 장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엽서를 보낸 사람은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말하는 소년 소녀 가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교회에서 에티오피아의 굶어 죽어 가는 아이들을 보았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저도 가끔은 혼자서 울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죽을 만큼은 아니거든요. 저도 한 아이를 돕고자 합니다. 제가 보내는 이 후원금은 절대 누가 보내주거나, 소년 소녀 가장 정부 보조금이 아닙니다. 아침 신문 배달을 통해 얻은 월급에서 떼어 보내는 것이니 제 노동력, 제 마음이 담긴 것입니다. 한 아이를 제게도 보내주세요.”
이런 내용의 편지에 1만원 지폐가 한 장 들어있었습니다.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1만원이 얼마나 큰돈으로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그 당시 한국 월드비전을 통한 해외 아동 결연 후원금이 2만원이었습니다. 차마 그 아이에게 1만원이 모자라니 만원을 더 보내라는 편지를 보낼 용기가 없었던 저는 그 아이 모르게 매달 1만원을 얹어서 그 아이의 후원을 지속했던 일이 있습니다. 나눔은 진한 감동의 이야기가 담겨진 가장 진솔한 행동입니다.
최근에 2006년 미국인의 기부 현황을 취합한 ‘Giving U.S.A 2007’이 발표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민이 기부한 총액이 2,950억달러이며 2005년보다 120억달러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 중 개인 기부 금액이 전체의 75.6%인 2,220억달러이며, 그 개인 기부자 중 65%가 연간 수입 10만달러 이하의 중산층 이하였다고 하니 괴테의 말이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눔이 생활의 일부가 되고 교육의 자랑스런 핵심이 될 때, 우리의 빛나는 미래는 눈앞에 있을 것입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