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혼 울리는 음악으로 복음 전파”

2007-07-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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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울리는 음악으로 복음 전파”

시각장애를 딛고 작곡가가 된 김치국(앞)씨와 눈이 돼 주는 누나 치내씨. 누구나 먹고사는 김치처럼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3남매 이름을 김치로 지었다고. 큰누나는 김치다씨다.

■‘시각장애 작곡가’김치국씨

EMI 자선음반 제작에도 참여한 실력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시각장애인으로 사는 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아요.”
김치국(25)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생글거렸다. 항상 웃는 낯이다. 오히려 장애가 있어서 친구가 더 많이 생겼다고 말할 만큼 ‘긍정의 힘’이 세다.
김씨는 지난해 보스턴의 버클리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올 가을에는 뉴욕대(NYU) 대학원에 진학하는 작곡가다. 영화음악 프로듀싱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할 계획이다.
김씨의 실력은 세계적 음반회사인 EMI에서 인정할 정도다. 김씨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기 위해 제작되는 자선 음반 ‘Because we all care’(우리 모두가 걱정하기에)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이 음반에는 세계적 가수인 잔 레넌, 티나 터너, 스팅 등이 함께 하고 있다.
김씨는 5세 때 눈이 멀었다. 심장병 수술을 받은 뒤 산소호흡기를 너무 오래 쓴 탓에 보이지 않게 됐다고 한다. 김씨가 성장한 뒤 아버지가 들려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씀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산다고 한다고. 그러기에 더 열심히 노력하고 산다.
김씨는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고 한다. 지금 자신의 눈이 되어주고 있는 누나(김치내·29)가 피아노 레슨을 받을 때 옆에서 그냥 듣고 따라 쳤다고. 이후 쭉 피아노와 함께 살고 있다.
눈 대신 발달된 김씨의 귀는 영어를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1998년 필라델피아로 혼자 유학 온 김씨는 이제는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잘 한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를 여러 콘서트에 초대해준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다 보니 영어도 빨리 배웠다고 한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김씨는 클래식 대신 현대 음악을 전공하고 있다. 클래식은 악보를 봐야 하는 반면 현대 음악은 듣기만 하면 따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작곡하면 컴퓨터에 바로 저장이 되기에 눈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만 수업 시간에 더 많이 집중해야 되기에 더 피곤한 건 사실이다.
김씨는 “음악은 언어와 같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말을 듣고 감동을 받는 것처럼, 영혼을 울리는 음악으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요. 그 중에서 복음을 가장 전달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복음을 더 널리 전달하기 위해 김씨는 피아노 연주자가 아닌 프로듀서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직접 연주를 하면 공연 횟수에 제한이 있지만, 자신이 음반을 제작한다면 훨씬 더 많은 음반을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씨는 더 많은 음반을 제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스튜디오를 갖는 게 꿈이다. 뉴욕에서 공부를 마치면 LA로 옮겨 여러 찬양 사역자를 돕고자 한다.
김씨는 15일 오후 6시 가나안교회에서 열리는 제5회 시각장애인을 위한 찬양의 밤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김씨는 이날 복음성가 ‘Above all’과 재즈곡 ‘Days of wine and roses’를 재즈 피아노로 연주한다.
장소 17200 Clark Ave., Bellflower. 문의 (213)392-1030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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