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07-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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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감동시켜 드리자!

갑작스럽게 여행일정을 변경했다.
원래 덴버공항에서 비행기로 LA를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비행기 일정을 취소하고 자동차 여행을 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LA까지 운전 거리는 1,200마일 정도.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4개 주를 거쳐 목적지인 LA에 도착하게 되는데, 운전시간은 16시간 정도다.
여행은 길고 짧던 간에 내 마음 가운데 늘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준다. 집을 나서 프리웨이에 올라타면 그 때부터 대자연의 장엄한 교향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로키산맥 준령을 따라서 미 대륙 중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25번 프리웨이 주변은 그 자체가 자연 박물관이다. 억겁의 세월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기묘묘한 단층의 모습, 오래 전에 뜨거운 용암이 쏟아져 나와 주변의 모든 것을 녹여버렸을 그 엄청난 화산분출, 지각변동 사건의 흔적을 곳곳에서 목격하게 된다. 하나님의 실존을 느끼게 하는 대자연의 웅장한 모습 앞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고 초라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여행은 또한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겸손을 배우게 한다.
뉴멕시코의 수도 알버커키에서 40번 프리웨이로 바꿔 타고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운전을 하다보면 어느새 하늘은 서서히 오렌지 빛 석양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랜드캐년이 숨어있을 거대한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지는 태양의 모습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수채화다. 구름의 모습과 석양의 빛깔, 그리고 프리웨이의 굴곡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모양새도 시시각각으로 변해 하나님이 그리시는 아름다운 수채화 여러 장을 마치 슬라이드로 감상하는 것과 같다.
“오 마이 갓! 하나님 당신은 참으로 위대한 예술가이십니다.”
감동은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향료와 같은 것이다. 감동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한 삶이다. 감동 없이 사는 것은 죽음보다 무의미하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대해 아무런 감동 없이 기계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감동이 없다보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권태롭게만 느껴진다. 그것이 중년의 위기다.
부부관계, 자녀들과 사이에서도 늘 감동을 주고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가족의 참다운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도 물건을 팔기에 앞서 손님을 감동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단 업소를 찾은 손님이 종업원의 태도나 분위기에 감동을 먹으면 물건은 자동적으로 팔리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도 늘 감동이 있어야 한다.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을 통해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자신의 신앙이 구태의연한 종교인의 모습으로 전락한 증거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은 오늘도 아름다운 석양을 통해 나를 이토록 감동시키시는데, 나는 과연 무엇으로 하나님을 감동시켜 드릴 수 있을까! 운전하는 동안 계속 내 마음속을 울리는 찬양 한 곡이 있었다.
『하나님을 감동시키고/세상을 변화시키는/당신은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하나님이 좋아하는 사람…』
baekstephen@yahoo.com

백 승 환 (목사·예찬출판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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